[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중국 정부의 신경은 곤두서 있고 눈엔 불을 달고 있다. 중동 튀니지의 이른바 '재스민(jasmine)혁명' 물결이 중국에까지 미칠까 봐 그렇고 시위를 꼬드기는 '네티즌 바이러스' 색출, 차단에 그렇다. 재스민은 열대 또는 아열대 식물이자 튀니지 국화로 어쩌다가 '재스민 혁명'이라는 무서운 말이 됐지만 중국에선 재스민을 '모리(茉莉:말리)'라고 부른다. 따라서 중국에선 재스민혁명이 아닌 '모리 거밍(茉莉革命)'이다. 향기도 뛰어나고 이명(異名)도 여러 가지인 아름다운 꽃이 모리지만 모리의 향기를 '하얀 향기'―'素馨(쑤신:소형)'이라고 한다. '차오모리(草茉莉)'라고도 부르는 모리화(花)도 '어찌 이런 꽃이 다…'를 뜻하는 '奈花(나이화:내화)' 또는 '남녘에 피는 아주 작은 꽃이지만 강렬한 향기'라는 뜻의 '小南强(샤오난치앙)'으로도 불린다.

그런 고상 고결한 꽃 모리화를 '혁명'이라는 핏발선 무서운 말로 더럽힐 수는 없다는 게 중국 당국이 눈에 불을 켜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집트혁명을 촉발한 건 인터넷 세대였고 그 핵심 주역이 페이스 북으로 시위를 독려, 귀국 즉시 구속된 와에르 고네이무(30)라는 두바이 주재 구글 간부였다. 그래서 중국이 네티즌 인터넷 접속 차단에 혈안이 됐지만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 건 이집트의 무바라크에 이어 '利比亞(리비야)'의 카다피와 '伊朗(이랑)'의 아마디네자드 등 신변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베이징, 상하이, 톈진(天津), 광저우(廣州) 등 13개 도시에선 1당 독재체제 폐지, 사유재산권 보장, 보도 자유, 사법 독립, 민주화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런 '민주주의 A B C'가 아직도 보장 안됐다면 그곳 온실 속 재스민―모리화가 낯을 붉힐 일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지난 16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기고에서 "독재는 결코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며 푸틴의 러시아 독재까지 꼬집었다. 만약에 러시아의 '해바라기 혁명'을 거쳐 중국의 '말리 혁명'과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화(花) 혁명'까지 도미노가 미친다면 그야말로 외계도 놀랄 만큼 지구가 홀랑 뒤집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