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김영준기자]석근씨의 작품은 교과서의 재해석을 보여준다. 오씨가 만든 교과서는 커버와 총 23장의 사진으로 구성되며 작품 제목이 페이지로 매겨져 있다. 이 사진속의 인물들은 1980~9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등장하던 '철수와 영희'로,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가 해맑은 모습의 어린이상을 보여주었다면, 오씨의 '철수와 영희'는 음울한 배경을 바탕으로 정체성의 혼란 시기를 드러낸다. 2009년 9월 16일 네이버 '우리 미술의 걸작' 중에서. ┃편집자 주오석근씨는 '교과서 철수와 영희'를 통해 1980년대를 지나온 유년의 단상을 재구성하고, 교과서가 가졌던 강제와 관습을 전복하는 그만의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가 재구성한 이 교과서속 '철수와 영희'는 해맑은(?) 표정의 인형탈을 쓰고 부탄가스를 마시거나, 포르노그래피를 보며, 가게에서 물건도 훔친다. 그들의 행각은 우리들의 고질적 문제들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어느 음습한 장소다. 무분별한 개발이 난무한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한 오씨의 '철수와 영희'는 개인의 유년기를 되짚게 하고, 당시엔 알 수 없었던 사회구조적 작용들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씨의 '교과서 철수와 영희'는 작가 자신과 주변인의 경험담, 학생들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2006년부터 2년간의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제2기 입주작가에 선정돼 이 곳에서 후속 작업에 한창인 오씨와 만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교과서 철수와 영희'는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2005년 귀국해 준비한 첫 작품인 '철수와 영희'는 '우리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반사회적 성격을 띠는 이 작품의 공간은 인천이다. 근래 인천 곳곳의 모습으로 1980년대의 근대성을 담아냈다.
그는 "나고 자란 곳이어서 그런지 당시 배경이 된 인천의 공간들에서 작품과 어울리는 감흥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급격히 산업화를 이룬 인천의 모습은 우리의 주입식 교육과도 닮은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개발이 난무한 도시 공간들, 비정상적 압축식 경제 성장이 낳은 부작용의 출발이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가 현재 진행중이거나 구상하고 있는 작품들도 '교과서 철수와 영희'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와 '학교괴담'의 주제는 교육이다. 정기적으로 인근 학교를 찾아 취재하고 사진을 찍는 등 내년에 전시회를 열기 위해 준비중이다.
오씨는 "작품을 통해 누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며 "여기까지 오게 된 우리 현실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씨에게 인천아트플랫폼은 창작의 동기 부여와 함께 지역 주민과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역사성과 지역성을 담은 창작 활동을 당분간은 지속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작업이 소중하고 즐겁습니다. 전시회때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준 학교 학생들은 꼭 초대할 겁니다."
■작가소개
인천에서 나고 자란 오석근(33)씨는 영국 노팅험 트랜트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2000~2002년에는 동티모르 세계평화유지군 상록수부대 사진병으로 근무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2007년 개인전 '벌거벗은 노출'에서 초상 사진속에 감춰진 개인의 슬픔, 분노,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포착했으며 2008년 '교과서 철수와 영희'를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