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영준기자]그러니까 '우주소년 아…'의 건장한 근육질의 성숙한 몸뚱아리는 아주아주 욕정에 불타오르고 있어요~.

당장이라도 애인이 있다면 훌러덩~ 이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겠죠. 하지만 '아…'의 얼굴은 매우 어리숙하고, 불안하고, 겁이 나고, 걱정스러운 표정입니다. 괜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가 사고 치면 어떡하지? 엄마한테 들키면? 갑자기 아이가 응애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렇습니다! '우주 소년 아…'는 그러니까 어디선가 많이 본, 매우 낯 익은 모습인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이 땅에서 대한민국이라고 불리는 이 나라에서 그렇게 살아 온 것입니다.

- '오늘도 뽈랄라' 중 '우주소년 아…'

▲ ▲현태준 作 '우주소년 아...부지'

현태준은 한국 비주류 이미지를 생산하는 대표적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캐릭터와 말투, 취향, 특유의 상상력이 가득한 작품들로 기성세대의 통상적 윤리와 태도의 관습을 해체하고 있다. 또한 관심있고 좋아하는 것은 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그의 성격으로 인해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수필가, 장난감수집가, 여행작가, 박물관장 등 엄청난 직함을 갖고 있다.

올 초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제2기 입주작가에 선정돼 2개월여의 인천생활을 한 현태준씨를 인천아트플랫폼 작업실에서 만났다.

서울 태생인 그는 인천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현씨는 "여전히 오래된 집들과 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인천에서 많은 감흥을 받고 있다"며 "이같은 모습들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사진에 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아리스트'로 칭한다. 아티스트의 짝퉁을 지칭하는 말인 아리스트는 헷갈리는 현대미술에 자신도 슬쩍 얹혀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설명은 이같이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자신의 성향에 충실하고 솔직하다. 격식이나 체면, 관습, 도덕, 내숭을 혐오한다.

"어릴적엔 겁이 많았어요. 남이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말하면 그대로 따랐죠. 때문에 창작 활동 초기에는 남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내놓았어요. 그런데 이같은 작품들을 많이 봐주지도 않는 거예요. 이후로 내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씨의 작품들은 가식적이지 않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감춰진 내면을 즐겁게 들춰낸다.

"엄숙, 진지, 권위, 힘 등을 제일 싫어해요. 때문에 반대되는 구질구질한 생활의 냄새 등 있는 그대로의 것들을 드러내게 됩니다."

1960~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맹목적 경제 성장 분위기 속에 형성된 바른생활과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난 그의 작품들은 그 이데올로기에 억압받았던 것들을 회생시키고 있다. 끝으로 그에게 1년간 인천에서 생활하면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뽈랄라 인천展'을 열고 싶어요. 창작품들과 함께 인천 곳곳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과 먹은 것, 수집한 것들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현태준 하면 떠오르는 '뽈랄라'는 뽀르노와 랄랄라의 합성어이다. 뽀르노를 랄랄라 즐기자는 뜻을 담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좋아하지만 결코 내색하지 못했던 것들을 체면 차리지 말고 솔직하게 즐기자는 의미이다.

 
 
▲ 사진/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작가소개

서울 태생인 현태준(45)은 중·고등학생 시절에 헌책과 야한 잡지를 모았다. 1989년 서울대 공예과를 졸업한 그는 여행을 하면서 장난감 수집에 본격 착수한다. 2001년 '뽈랄라 대행진'을 펴낸 이후 '뿌지직 행진곡'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이야기' '현태준의 대만 여행기' '오늘도 뽈랄라' 등을 펴냈다. 서울 홍대 앞에서 뽈랄라 수집관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