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겔룩파의 본산 간덴사원 가는 길
간덴사원으로 가기위해 우리는 라싸대교를 넘었다. 라싸대교를 건너자 10여 채의 티베트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통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체탕에서 라싸로 올때도 그랬지만, 이곳 청소년들이 양과 야크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강변으로 가축을 몰고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체탕과의 차이가 있다면 라싸의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가득 차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채소를 기르고 있었다. 공산품이 귀한 티베트에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시설채소 농사는 자본이 풍족한 한족(漢族)들 차지다.
비닐하우스가 모여 있는 곳을 지나자 모내기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농부들, 그 뒤로 티베트 전통마을이 나타났다. 잘 포장된 도로를 30여분 쯤 달렸을 때 다쯔현이라는 마을 부근에서 간덴사원으로 오르는 삼거리가 나타났다. 삼거리에서 평야를 등지고 산위를 바라보자 간덴사원이 마치 산꼭대기에 걸려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간덴사원이 위치한 산등성이까지 오르기는 버거운 편인데, 고대 티베트인들은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에 위용이 넘치는 사원을 건립했을까,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취재팀은 10여분 쯤 간덴사원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방코르산으로 들어섰다. 우리가 이용했던 차량은 험한 도로에서 주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SUV 차량이었지만, 방코르산으로 오르는 길로 들어서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 총카파의 영탑이 있는 간덴사원
간덴사원은 티베트에서 만난 여느 사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사원쪽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곳이 해발고도 4천m 이상이어서 몸이 금세 적응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걸어 사원으로 들어섰고 입구에 있는 매점을 지나자 오른쪽에 총카파가 사원을 건설할 때 사용했던 법전(法殿)이 나왔다.
티베트인들이 참배를 원하는 영탑과 그 주변은 개방돼 있지만 일부 구역은 티베트인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탑 참배를 마친 사람들은 사원 주변을 돌며 기도하는 순례에 나선다. 우리도 티베트 참배객 틈에 끼어 순례에 나섰지만, 끊임 없이 기도하며 불경을 외우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는 높은 고도로 인한 두통 때문에 금세 정신이 몽롱해졌다. 두통이 좀 가라앉자 순례길에서 벗어나 방코르산 아래를 내려다 봤다. 간덴사원을 둘러본 취재팀은 다시 라싸 시내로 향했다. 이 곳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 후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티베트인의 또다른 정신적인 지도자 판첸라마의 흔적을 찾아 500여㎞ 떨어져 있는 시가체로 이동할 예정이다.

# 티베트 불교의 개혁을 이끈 총카파
간덴사원은 겔룩파의 본산으로 총카파(宗喀巴·1357~1419)가 1410년 건립한 사원이다. 손챈감포(松贊幹布ㆍ581~649)가 티베트에 불교를 전파한 이후 1천여년이 지나는 동안 티베트 불교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15세기 무렵에는 많은 승려들이 계율을 소홀히 하고, 재물을 모으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총카파는 이런 티베트 불교의 모습에 개혁을 부르짖었고, 민중의 신임을 얻어 계율을 재정비했다. 총카파가 주장한 종교개혁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승려들에게 계율을 엄격히 지키도록 하고, 처첩(妻妾)을 취하거나 세속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중지시켰다. 둘째, 각 지방세력과 시주(施主) 관계를 맺어 사원을 발전 시키도록 했다. 셋째, 경전을 공부함에 있어 먼저 현교를 수행하도록 한다음 티베트 불교를 수행할 것을 주장했다. 그를 따르는 승려들도 총카파의 설법을 따른다는 의미에서 황색 모자를 썼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겔룩파를 '황모파(黃帽派)'라고 부르기도 한다. 총카파는 8명의 애제자를 뒀는데, 이 중 첫번째 제자와 여덟 번째 제자가 나중에 각각 '제1대 판첸 라마'와 '제1대 달라이 라마'로 성장한다.

1409년 드디어 '겔룩파'라는 종파가 탄생했지만 당시에는 종파의 중심이 되는 사찰이 없었다. 이에 총카파는 사원을 건립하기로 마음 먹고 제자들을 대동해 직접 건축 부지를 보러 다녔다. 그러다 현재 위치에 사찰을 짓기로 결심, 1410년에 완공하게 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총카파가 제자들과 함께 사원부지를 찾기 위해 돌아 방코르산 밑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그의 모자가 산 정상으로 날아갔고, 이를 신의 뜻이라고 여긴 총카파가 모자가 떨어진 곳에 사원을 건립했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간덴사원이라고 전해진다. 현재 간덴사원의 주지는 총카파 법위의 계승자이자 겔룩파의 교주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