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김영준기자]나는 동 시대의 삶을 관심한다.
그 중에서도 화이트칼라들의 삶과 그들의 자본주의 구조안에서의 허상을 관심한다.
그 허상은 많은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성은 태어남과 동시에 학습되어지고 반복적으로 사회속으로 편입됨으로 자본주의는 그 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카진스키에겐 기계사회에 대한 반항으로서 테러가 최상의 선택이었지만 나에겐 작업이 최상의 선택이며 최고의 무기이다.
┃유지환 개인전 'Pay Attention to the Picture'의 작가노트 중에서(2009년)회화를 전공한 유지환씨는 1995년 대학 졸업후 10여년간 전공 분야가 아닌 행위예술(퍼포먼스)에 집중했다.
2009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첫 개인전 'Pay Attention to the Picture'를 연 유씨에 대해 국내 미술계 관계자들은 '퍼포먼스가 바닥 나서 회화 작업으로 변경하나'는 의구심의 시선을 보냈다.

올초 인천아트플랫폼의 제2기 입주작가에 선정돼 인천에서 창작활동을 펴고 있는 유씨를 만나 예술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평면 작품보다는 퍼포먼스가 동시대인들과 소통하고 표현하는 방법에서 보다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때문에 회화보다는 퍼포먼스에 집중했으며, 2009년에서야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르가 바뀌었어도 유씨의 시선은 일관됐다. 그는 동시대를 살고있는 '넥타이 부대'(화이트컬러)에 집중해 왔다. '씨발 세탁소'(1997), '네 명의 신사들'(2004), '샐러리맨 김씨'(2006) 등의 퍼포먼스에서 보여준 것처럼 유씨는 현대인의 존재 상실을 단정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아이콘으로 '넥타이 부대'를 해석했다.
'이 그림에 주목하시오'라는 의미의 회화 작품인 'Pay Attention to the Picture'도 30대로 보이는 양복 차림의 인물을 통해 존재 상실과 익명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의 새로운 작업도 지금까지 작업들의 연장선에 있다. 유씨는 현대인이 환경, 공간,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발언하는가에 주목했다.
인천시민과 직접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끄는 퍼포먼스 프로젝트 'Inter-View'는 3년전부터 구상해 추진중인 프로젝트이다.
그는 "각각의 인터뷰들은 개성이 없어지고 익명화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발언에 고픈 대중을 드러내는 작업이다"며 "인천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추억과 자랑, 안좋은 기억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을 인터뷰와 퍼포먼스, 전시로 풀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뷰는 7월까지 인천아트플랫폼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군중이 공공장소에서 벌이는 투어 방식의 해프닝으로 꾸며질 퍼포먼스는 아트플랫폼과 공항 등 인천 일대와 서울 홍대에서 오는 7월 23일 펼쳐진다. 인터뷰와 퍼포먼스를 통해 기록된 영상물과 자료들은 오는 9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 작가 소개
유지환(41)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에 결성된 퍼포먼스 그룹 'FERODO'의 주요 멤버이다. FERODO는 집단성을 추구하며 설치와 행위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상실과 소통의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는 동시대의 삶과 사람, 그리고 현대인의 무관심과 익명성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해 왔다. 행위를 통한 일련 작업들의 이미지들은 종종 그의 평면회화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행위 작업과 회화 작업이 하나로 녹아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작업 'WHITE MOB'은 집단 퍼포먼스의 형식을 가지며 특히 불특정 다수가 해프닝을 벌이는 콘셉트로 일회적이고 단순한 대중 참여가 아닌 대중을 행위자로서의 역할로 이끌어내고 있다.
사진/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