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탈라 궁은 티베트 전통건축의 걸작으로서 1642년 제5대 달라이라마에 의해 티베트 왕조 간덴왕국 성립 후, 그 본거지로서 티베트의 중심지 라싸의 훙산(紅山) 기슭에 요새 모양으로 10여 년에 걸쳐 건설된 궁전으로 199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16세기 3대 '소남 갸초' 첫 칭호 받으며 '달라이라마제도' 성립

몽고로부터 주권 물려 받은후 정치적·종교적 통치권자 역할

최대성지 포탈라궁 1천개의 방 역대 라마 유물·영혼탑 보관

'여름별장' 노블링카, '텐진 갸쵸' 망명전 명상실 등 개방

[경인일보=글┃김종화기자]간덴사원(甘丹寺) 답사 후 다시 라싸( 拉薩)로 돌아온 취재팀은 티베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문화재를 둘러보기로 했다. 라싸는 7세기 중반 토번(吐蕃) 왕조의 제33대 왕인손챈감포(松贊幹布ㆍ581~649) 수도를 체탕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티베트의 중심도시로 부각된다. 라싸는 명나라 말기부터 지금까지 티베트 불교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본거지이며 정치뿐 아니라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라싸로 들어서자 오체투지(五體投地·두 무릎과 두 팔, 그리고 머리를 땅에 대고 하는 절)를 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이 눈에 띄었다. 티베트인은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기 위해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라싸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를 떠난다. 라싸에 도착한 티베트인들은 포탈라궁(布達拉宮) 주변을 마니차(불경을 새겨 손으로 돌리는 법구)를 돌리며 순례한 후 조캉사원에서 며칠이고 오체투지를 하며 기도한다. 여러 사원 중 티베트인들이 포탈라궁을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이들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관련이 있다. 포탈라궁은 7세기 손챈감포에 의해 처음 세워졌지만 17세기경인 5대 달라이 라마 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쵸

그렇다면 대체 '달라이 라마'는 누구인가?

달라이 라마의 '달라이(達賴)'는 몽골어로 '큰 바다'라는 뜻이고 '라마(喇痲)'는 티베트어로 '스승'이라는 의미다. 즉 '넓은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의 소유자인 스승'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겔룩파(格魯派)의 수장인 법왕의 호칭이며, 티베트 불교를 이끈 역대 전생활불(轉生活佛)에 대한 속칭이다. 전생활불은 인도의 윤회사상과 티베트인의 살아 있는 신의 관념이 합쳐져 생긴 풍습으로, 고승이 죽음에 임박해 전생의 방향을 유언하면 고승이 죽은 지 10개월 뒤 1일부터 49일 사이에 그 지방에서 태어난 동자승(童子僧) 사이에서 활불이 선정된다.

이런 '달라이 라마' 제도는 16세기 3대 달라이 라마 '소남 갸초(1543~1588)'가 몽골왕 알탄 칸(阿勒坦汗·1507 ~ 1582)으로부터 '달라이 라마'라는 칭호를 받으면서부터 성립됐다. 소남 갸초는 티베트 전생활불 풍습에 따라 타쉬룬포 사원을 건립한 초대 달라이 라마 '겐둔 둡빠(1391~1474)'와 2대 달라이 라마 '겐둔 갸초(1475~1543)'의 활볼이다. 그후 5대 달라이 라마 나왕 '롭상 갸초(1617~1682)'가 몽고로부터 티베트의 주권을 물려받은 후, '달라이 라마'라는 직책은 현재까지 정치적, 종교적 통치권자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14번째 달라이 라마'로 티베트인들의 정신적인 지도자 '텐진 갸쵸(1935~)'를 말한다. 그는 1935년 티베트 북동부 중국 접경 지역에 자리한 암도에서 태어나 1940년 14대 달라이 라마로 즉위했고 1959년 인도로 망명한다. 망명 후 티베트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텐진 갸초는 지난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초)는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는 뜨거운 감자다. 한국도 2000년대 들어서 여러차례 달라이 라마 방문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2000년대 초에는 몽골에 가기 위해 달라이 라마가 한국 국적기 이용을 원했지만 국내 항공사가 비행기 표를 판매하지 않은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올 4월에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 보석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인 노블링카.

# 티베트 최대의 성지 포탈라궁과 노블링카

높이 117m, 동서 길이 360m, 총면적 10만㎡ 규모를 자랑하는 포탈라궁은 화강암과 나무를 섞어서 만들었다. 건물 꼭대기에는 황금빛 궁전 3채가 들어서 있고, 총 1천여 개의 방에 역대 달라이 라마의 유물과 영혼탑이 보관돼 있다. 포탈라궁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다. 취재팀이 수많은 티베트인 순례객들을 가로질러 입구에 다다르자, 현장에 있던 공안(公安)은 신분확인과 가방을 비롯한 소지품 검사를 꼼꼼하게 하고 나서야 입장을 허락했다.

순례객들 틈에 끼어 황금빛 궁전으로 이어져 있는 계단으로 올라서자 라싸 시내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라싸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한 후 포탈라궁 내부로 들어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관리인이 제지했다. 그리고 포탈라궁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주의를 줬다. 황금으로 만든 역대 달라이 라마의 영탑과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는 꼭 사진 촬영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지켜보고 있는 관리인들로 인해 카메라를 꺼낼 수조차 없었다.

▲ 14대 달라이 라마가 사용하던 노블링카 응접실.

특히 코끼리 머리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검은색 야명주(夜明珠)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는 5대 달라이 라마의 영탑은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포탈라궁에서 허락 되는 건 순례객들과 함께 포탈라궁 내부에 있는 달라이 라마와 관련한 유물을 관람하며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포탈라궁 내부 통로의 폭은 1m 남짓으로 두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이어서 한 곳에서 오래 관람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취재팀은 순례객들에게 떠밀리듯 포탈라궁에서 나와 이번엔 달라이 라마의 또 다른 궁궐인 노블링카(羅布林宮)로 향했다. 노블링카는 7대 달라이 라마였던 '칼장 갸초(1706~1757)'가 휴식을 위해 만든 것으로, 8대 달라이 라마인 '잠팔 갸초(1758~1804)'가 여름 별장으로 공인했다. 노블링카는 약 46만㎡의 넓은 면적에 정원과 분수대, 수영장, 극장 등이 있어 티베트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가족단위로 찾아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과 전기차를 타고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포탈라궁 주변을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티베트인들.

포탈라궁뿐 아니라 노블링카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역시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건물들이다. 우리는 여러 건물 중 노블링카를 지은 칼장 갸초가 이용했던 건물로 향했다. 짙은 나무 그늘 사이로 햇살을 피하며 도착한 칼장 갸초의 건물은 전체적으로 황금빛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칼장 갸초의 건물을 둘러보고 나와 숲 속을 거닌지 한참이 지났을 때 티베트인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는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 티베트에 머물 때 이용했던 건물이었다. 거기에는 텐진 갸초가 사용했던 침실과 응접실, 명상실 등이 개방되고 있었는데, 티베트인들은 그가 이용했던 문고리와 장식품 등에 입을 맞추거나 이마에 대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티베트인들에게 달라이 라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신성하며 존엄한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