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양촌'과 '돌말'이 합쳐져 생긴 마을 '간석'은 현재 주택재개발이라는 큰 삽질에 모양이 사나워지고 있다. 이런 때에 나는 단순히 마을의 부재를 걱정하기보다 맞딱뜨리는 기억을 더 소중히 하고자 산책을 그만 둘 수 없었는데, 이윽고 나의 길(way)이 생겼다. 이 길에서의 얕은 사색과 거친 호흡이 뒤섞인 모양새가 마치 알지 못했던 일상에서의 의식과 시소하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쥐고 있는 연필을 놀리는 그런 가벼움으로, 걸어 마주하는 대상과 관계를 지어 보았던게 어느새! 작업이 되었다.
-유광식 개인전 '일상의 연필' 작가노트 중에서(2010년)

유광식씨의 사진 작품들은 적어도 인천 구도심의 거주자나 그 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겐 너무도 익숙하다.
지난해 열린 유씨의 첫 개인전이었던 '일상의 연필'은 유씨가 거주하고 있는 간석동 지역의 '일상'을 담았다. 당시 유씨는 3개월간 지도 한 장을 펴들고는 골목 곳곳을 누빈 결과물들로 개인전을 편 것이다.
유씨의 첫 개인전의 소재는 '일상'이었지만 그 표현법은 매우 참신했다. 같은 장소와 공간을 석달 간 담아낸 서른 장의 사진을 시간 흐름대로 겹치거나 시간의 역순으로 겹쳐 표출했다. 이에 따른 결과물은 각각 '현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과 '과거를 기점으로 현재를 되살리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올초 인천아트플랫폼의 제2기 입주작가에 선정돼 창작 근거지를 남동구 간석동에서 중구 해안동으로 옮긴 유씨를 만나 현재 작업중인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도 중구 곳곳을 '산책'하고 있어요. 이 지역을 걸으면서 시간의 먼지를 일으키고 있는거죠."
유씨에게 '산책'의 의미는 창작의 핵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산책'은 신체적 행위이자 의식을 깨우치는 행위였으며, 이를 통한 산물들은 유씨 작품의 본질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연 개인전과 내용상 일맥상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
그는 "중구 해안쪽은 매립된 곳이 많다보니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고정되지 않은 유연성과 함께 옛 인천의 중심부로서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것 같다"고 중구 골목길에 대한 느낌을 피력했다.
유씨의 최근 일련의 작업들은 오는 12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지역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인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의 생활이 더욱 의미깊다"는 유씨는 아트플랫폼의 입주작가 뿐만 아니라 시민과 관계맺기에도 적극적이다.
"아마도 스튜디오 바닥에 이같이 장판을 깐 곳은 이곳 뿐일거예요. 평소 입주작가들에게 편안하게 오고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아트플랫폼 사무국에도 작가의 작업 공간을 보고 싶어하는 시민이 있다면 언제든 와서 보라고 이야기 해뒀어요."

■작가 소개
유광식(33)은 한국항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전공과는 다르게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 활동 등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2004년 사진기를 손에 든 뒤 '일상에서의 사진찍는 즐거움'을 모토로 작품 활동을 펴고 있다.
민족사진작가협회 정인숙 작가의 강의를 들은 후 사진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사진들은 인천의 동네를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걷기에서 기대·설렘·당황 등의 느낌과 맞딱뜨리게 하는 굽은 골목길, 골목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 등에 집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