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이박 현후' 서평중에서(2004)
1930년대 현덕 작품속 주인공인 노마가 동무들과 펼치는 놀이 이야기는 현재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훈이 석이'의 주인공 훈이와 석이 또한 동네 곳곳을 누비며 배달 수레, 양동이, 광고 전단지 등 주변 물건뿐 아니라 말과 몸짓으로 놀잇감을 만들어낸다. 일상이 그대로 놀이가 되는 셈이다. 놀이공간 속에서 자연스레 사회성을 익히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함께하는 삶,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몸으로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훈이 석이' 서평중에서(2010)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인천아트플랫폼 작업실에서 오씨와 아이스커피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집필중인 작품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입시라는 중압감에 눌려서 학교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지만 꿈을 꾸고 좌절하며, 사랑하는 것들을 담아낸 작품이에요."
오씨는 지난해 가족과 함께 인천으로 이사왔다.
그녀는 "첨단화된 송도국제도시와 중·동구의 구도심이 어우러진 인천이 창작하는데 보다 많은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트플랫폼 입주후 오씨는 오래된 일본식 건물과 교회, 학교 등 근대 건축물과 차이나타운 등을 한데 엮어 개발된 '인천 개항 누리길'을 수시로 걷고, 아트플랫폼 인근 인천시역사사료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을 비롯해 구도심의 거리, 터 등을 걸으면서 밝혀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일제 강점기 개항 전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동화를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어떤 것들을 구상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중구 용동에는 큰 권번이 있었다고 해요. 이야기를 듣고 권번터에 가봤어요. 개항지로서 돈이 모이는 곳이고, 권번 주인은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대는 등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더군요. 이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어린 기생이던, 심부름을 하던, 소녀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씨는 "당시 생활상 등 자료 찾는 부분에서 힘이 많이 들겠지만, 시간을 넉넉히 갖고 천천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호주제에 대한 동화를 쓰고, 용산 참사 관련 시국선언을 하는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갖고 있는 그녀는 "작가는 사회 현상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그같은 문제 의식속에서 작품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씨는 동화에 대해 "어른들의 일상 이야기가 아닌 어린이의 시각에서 언어를 순화시키고 압축된 표현으로 쓰이는 동화는 소설보다 시적"이라며 "그림과 어우러진 동화적 표현은 더욱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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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서울에서 나고 자란 오시은(39)은 결혼후 아이들과 동화책을 함께 보다가 동화의 매력에 빠져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3년 단편동화 '컴맹 엄마'로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은 그녀는 그 해에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공저)를 시작으로 2004년 '나는 김이박 현후', 2008년 '애벌레 너 딱 걸렸어' '귀신새 우는 밤', 2010년 '훈이 석이'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하얀 얼굴-덤불속에서'(공저) 등의 저서를 내놓았다.
사진/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