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은 作 'Trauma Flowers'(2008).

김태은은 기술결정론자가 아니다. 지금껏 그가 자신의 작업에서 견지한 태도는 상황 연출가, 아니 감독에 가까웠다.

그는 다채로운 미디어 장치를 마치 무대처럼 연출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시각적으로 볼 수 없는 요소들을 그가 고안한 일련의 장치들을 통해 시각적으로 번안하는 작업을 꾸준히 지속해 왔다. 일련의 장치들은 심리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새로운 의미의 연쇄들을 생산하고 있다.

-김우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의 '이상한 거울-스크린에 투사된 욕망' 중에서(2008년)

미디어아티스트 김태은씨는 1999년 3인조 혼성 그룹 코요테의 뮤직비디오 '실연', 2000년 가수 김민종 6집 뮤직비디오, 2004년 삼성CF '로맨틱 청춘극장', 2005년 영화 '애인' 등을 연출했으며, 무용과 패션 등 무대 예술에도 참여하는 등 문화계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넘나듦'에 자유로운 그는 난해한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전시회도 다수 열었다. 회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사진이나 비디오, 캠코더, 컴퓨터 등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에 공을 들였다. 화가이자 영상예술가이자 작가인 셈이다.

'장르간을 넘나드는 중간자'로 표현하는 김씨는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의 제1기 입주작가에 선정됐으며, 올해 인천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를 공모하는 지역연계 프로젝트에 선정돼 2년째 인천에서 작업중이다.

김씨의 프로젝트 보고전이며,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웅들의 섬'이 열리고 있는 아트플랫폼 크리스탈 큐브(7월 1~17일)에서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인천이라는 도시와 익숙해질만한 시간이었다"며 "그 동안의 결과물들로 이번 전시회를 꾸몄다"고 아트플랫폼에서 지낸 1년여에 대해 돌아봤다.

이어서 이번 전시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씨는 "'영웅들의 섬'은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리즈 프로젝트 중 첫 번째이다"며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DMZ의 '공동감시구역'과 서울도심의 '서울메들리' 등"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상륙작전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그는 "역사적 상황과 현재 모습의 괴리감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제작된 남한과 북한 영화를 중첩화시키는 시도를 통해 남·북한의 영웅 이미지에 주목했다"고 했다.

작가는 영화를 재매개화하는 과정으로 역사적 사건이 정치 이데올로기에 변형(왜곡)되고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 팝문화로 변이되는 과정을 드러낸 것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김씨는 대학 4학년때 우연히 영화 '구미호'의 매트 페인팅(특수효과의 배경이 되는 화면을 그리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회화 이외의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씨의 표현방식은 다양하지만 그의 작품, 특히 전시작품들 속에는 일관된 흐름이 뚜렷하다. 그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화두는 가시적인 영역과 비가시적인 영역을 넘나들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는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한다"며 "때문에 작품에 정치·계몽적 입장은 철저히 배제하며, 관람객 스스로가 '우리가 보는 것 너머에 또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사진/김범준기자

■작가소개

김태은(40)은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미디어아티스트로 영화감독, 광고, 뮤직비디어, CF 등을 비롯해 연극, 무용, 패션쇼 등의 다양한 예술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중이다. 2000년 서남미술관(서울)에서 열린 첫 개인전 '시각적 봉입장치'를 시작으로 2006년 서울국제미디어비엔날레, 2008년 아시아그라프(중국 상하이), 2009년 Door's Open(미국 뉴욕) 등 국내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요코하마 댄스컬렉션과 하이서울페스티벌 등에서 대규모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