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죄악세라는게 있다. 하도 세금이 많아서 이건 또 뭔가 싶어 알아봤다. 죄악세는 조세를 부과해서 물품의 가격을 조정하여 수요를 억제할 목적으로 술, 담배, 탄산음료, 햄버거 등의 소비로 생기는 건강문제의 해결에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린다는 것이란다. 필자도 며칠 전 언뜻 언론에서 탄산음료, 햄버거에 세금을 부과해 건강을 돌보고 또 부족한 건강보험 비용 등을 충당하겠다고 하는 것을 본 것 같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계획했다고 했다. 필자도 건강에 대해서라면 우리나라의 그 누구보다도 가장 영향력 있고 책임과 의무를 통감하는 의사 중 한 명임을 자부할 수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풍토가 있다. 건강을 잃어도, 저축한 돈을 잃어도, 직업을 잃어도, 하다못해 공부를 못해도 남의 탓이라고 할 정도로…. 필자는 건강에 대한 철학이 있다. 그것은 '건강재아, 안면재아, 인명재천(健康在我, 顔面在我, 人命在天)'이다. 과거에 비만, 간 이상, 고지혈증 등이 햄버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특히 고기를 '웬수'(?)처럼 각종 언론매체에서 떠들어댄다. 하물며 이번에는 세금까지 매긴다는 뉴스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햄버거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매스컴은 햄버거를 '비만의 원흉'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햄버거는 과연 유해식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누명'이다. 햄버거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좋은 음식이며 제대로만 먹으면 비만을 걱정할 까닭도 없다. 우리나라엔 건강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건강비법, 의료관행, 갖가지 속설이 범람한다. 심지어 그럴듯한 이론으로 포장되기까지 해 일년 내내 음식타령, 건강타령이 이어진다. 요즘엔 '웰빙 바람'을 타고 음식을 가려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어떤 음식은 불로장생의 만병통치약으로, 어떤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유해식품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흔하다. 음식에 대한 편견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채식이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인 것처럼 소개됐다. 필자의 고교 동창생들은 "마누라가 풀만 먹으라고 야단인데, 내가 토끼냐? 우리 집에 와서 정확한 의학지식 좀 들려줘"라고 부탁했다. '채식지상주의'라는 허무맹랑한 이론은 미국에서도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스튜어트 버거라는 한 의사가 TV에 나와 "채식을 하고 비타민을 먹으면 암과 성인병, 각종 난치병이 예방된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유명한 배우, 권력가, 재력가들이 그를 신봉했고 버거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더욱이 스스로 '사우스샘톤 다이어트(Southsampton Diet)'라는 면역증강 식품도 만들어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는 1994년 3월, 40세의 젊은 나이에 급사했다.
결국 '건강식'에 대한 매스컴의 과도한 포장, 패스트푸드를 무조건 '정크 푸드(쓰레기 음식)'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햄버거에 대한 오해가 생겨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미국 유학시절 5년간 가족과 함께 햄버거 집을 찾았던 일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요즘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차 속에서나 사무실에서, 때로는 기차 안에서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 물론 식사대용으로 말이다.
음식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쁜 것이 없다. 문제는 과식이요, 편식이요, 요리법(맵고, 짜고, 태우는 요리법)이요, 개인접시로 나누어 먹지 않는 식사법이요, 담배 피는 것이요, 과음하는 것이요, 운동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살기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살아야 한다! 그러면 당신은 '잘 먹고 잘 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택한 것이며, 나머지 운명은 당신의 유전자가 결정할 일이다. ''건강재아, 안면재아(健康在我, 顔面在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