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국 마라톤이 개인전 20위권 진입에도 실패하는 등 부진했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은 3일 대구시내에서 벌어진 남자 마라톤 42.195㎞ 경기에서 정진혁(21·건국대)이 2시간17분04초로 23위에 오르는 등 5명의 선수가 모두 중위권으로 밀렸고 단체전에서도 6위에 머물렀다.
이날 레이스는 출발할 때 기온이 섭씨 24.5도, 습도는 67%로 무더운 편은 아니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날씨속에서 레이스에 나서다보니 경험이 적은 정진혁이 레이스 중반 이후 자유자재로 속도를 변화시키는 케냐 선수들의 페이스에 말렸다는 설명이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부상 등 돌발 변수탓에 팀 구성이 어그러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은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다가 '도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아예 대회 출전이 불발됐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씁쓸해한 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부끄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마라톤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것을 아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표팀을 혹독하게 담금질해 온 정만화(51) 코치도 "정진혁이 지영준을 많이 믿고 따랐다"면서 "경주에서 훈련하는 동안 지영준이 와서 열흘정도 훈련을 도와주기도 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내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향해 다시 뛰겠다는 각오를 빼놓지 않았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