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올림픽보다 더 긴장됐다."
한국 선수들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벤트 종목인 남자 T53 휠체어 400m 경기에서 2·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랭킹 3위인 유병훈(평택시)은 3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휠체어 400m 경기에서 역주를 펼친 끝에 50초69를 기록하며 세계 랭킹 1위인 리처드 콜먼(호주·49초3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계 랭킹 5위인 정동호(서울시)도 유병훈에 이어 50초76의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세계육상경기연맹(IAAF)과 세계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2005년부터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와 여자 장애인 종목 한 개씩을 편성한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장애인 종목이 편성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휠체어를 탄 8명의 선수들은 예선 없이 바로 결선을 치러 우승자를 가려냈다. T는 트랙을 의미하고 53은 허리를 쓰는 데 불편함이 있는 장애 상태를 의미한다.
관중석의 육상 팬들은 휠체어에 탄 한국 선수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경기장 전광판에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에 나선 유병훈과 정동호는 관중의 환호성에 메달로 보답했다. 특히 유병훈과 정동호는 2·3위 시상대에 함께 올라 관중이 느끼는 감격의 강도는 더했다.
유병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긴장을 많이했다"며 "홈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건 처음이었다. 장애인 올림픽에서보다 더 긴장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랭킹 3위인 유병훈은 17년 동안 장애인 육상 선수 생활을 하며 이미 여러 차례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베테랑이다. 그는 "평소에 달리던 때랑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관중의 함성이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