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기 중심' 혹은 '한국 악기와 서양 악기의 만남' 형태의 퓨전 국악도 이제 좀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퓨전 국악의 한계는 역시 대중들의 감성과 일치하면서 전통적인 정서를 포함하고 있는 노래가 무척 드물다는 점이다. 퓨전 국악은 이제 노래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지금 국악계에는 젊은 연희그룹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이 더욱더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들은 처음 초등학교 시절 사물놀이에 끌려 전통 예술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이런 풍물의 리듬을 바탕으로 해서 '소리'와 '몸짓'이 함께하는 한국적인 연희, 곧 놀이문화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이미 'The 광대'와 '청배'라는 연희팀이 성장한 상태이고, 후발주자로 '연희컴퍼니 유희' 등이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장단을 단지 악기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음(목소리)을 통해 표현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요즘 연희팀은 이야기를 바탕으로한 극적인 장치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에 마치 사물놀이 계통의 최종 목표처럼 여겼던 비언어극(넌버벌 아트)의 한계도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시점에 와 있다. - 국악평론가 윤중강의 '국악이여, 전통을 노래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라' 중에서(2011년)
연희컴퍼니 유희는 지난 7월 국립극장 청소년하늘극장에서 열린 한국월드뮤직 여우락 페스티벌에 바람곶의 게스트로 참여해 '고인돌'을 공연했다.
'고인돌'은 사물놀이의 장단을 구음만으로 연주하는 '구음 사물놀이'이다. 옛날 악기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어떻게 연주를 했을까 하는 생각에서 창안된 이 작품은 원시인들의 축제를 재연했다. 리드미컬한 장단에 한국 음악의 멋을 살려낸 구음, 재미있는 동작까지 가미된 작품은 과거의 신명과 현재의 신명이 융합된 공연으로 페스티벌에 참석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당시 공연에서 연희컴퍼니 유희는 "덩덕쿵더쿵…", 구음으로만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관객도 이내 하나가 되어서 입으로 장단을 맞췄다.
이처럼 우리 음악의 세계를 넓히고 있는 연희컴퍼니 유희가 지난 9월초부터 인천아트플랫폼의 올해 하반기 입주작가로 선정돼 이곳에서 후속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연습을 마친 단원들과 아트플랫폼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에는 팀의 리더인 이성재씨와 윤현진·박민우·임영호씨가 참여했다.

이성재씨는 "이달까지 제주도와 서울에서 공연이 있고, 11월에는 그리스·아랍에미리트·코트디부아르·프랑스·포르투갈로 이어지는 해외 공연이 잡혀있어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씨는 "처음 이같은 퓨전국악을 공연한다고 했을 때, 선생님들은 물론 함께 공부한 동기들도 이상하게 여겼다"며 "우리의 주관이 가미되지 않은 창작은 예술이 아닌 판에 박힌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같은 공연들을 창안했다"고 설명했다.
연희컴퍼니 유희는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소통'을 꼽았다. 단원들은 "관객과 소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중적일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너무 대중적이지 않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위해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끝으로 단원들은 아트플랫폼에서 작업에 대해서도 작업장의 분위기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단원들과 연습하는데, 지나가던 시민들이 박수치고 환호해 주셨다"며 "이같은 부분은 우리가 추구하는 소통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트플랫폼 자체가 개항장의 옛 창고를 그대로 두면서 현대에 맞게 리모델링한 공간이라는 의미도 우리 전통문화에 현대성을 가미하려는 우리의 지향점과도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 단체소개
연희컴퍼니 유희는 젊은 전통 연희인들(26~27세)이 새로운 한국적 공연물을 창조해 내기 위해 모인 그룹이다. 단원 6명은 1994년 '국악의 해'의 영향으로 생겨난 초등학교 동아리 풍물패에서 국악을 시작했으며, 국립전통예술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4명)와 대불대(1명), 예원예술대(1명)를 졸업했다. 전통연희는 한국인에게 가장 가까운 놀이이자 일상이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가 담긴 팀명인 유희(You-喜)에 걸맞게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영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