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장례위원 명단에 없다는 정남 정철 장·차남과 장손 한솔이 장례식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사적(私的)으로는 비극이다. 조선왕조 27명 임금 중 장남은 문, 단, 연, 인, 헌, 숙, 순종 등 7명뿐이었지만 국상(國喪) 때만은 뿔뿔이 흩어졌던 대군, 군들도 참여하는 게 당연한 도리로 알았다. 김일성 장례 때처럼 외국 조문(弔問)단은 사절한다는 것도 외교 의례상 거의 없었던 일이다. '조문 외교'라는 게 있다. 히로히토 일왕 장례식엔 부시, 미테랑, 수하르토, 무바라크, 후세인 등 국가 원수를 비롯한 사상 최다 163개국 28개 국제기구 조문단이 조문했고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20년 관계 단절에서 첫 대화의 계기가 됐다. 1980년 티토 유고 대통령 장례 때는 동·서독 수뇌가 10년 만에 회담했고 82년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서기장 장례 땐 중·소가 13년 만에 대화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외국 조문단 사절은 지구상 유일의 고집불통 세습왕조인 북한의 폐쇄성을 더욱 더 대외에 널리 선전하는 거나 다름없다. 제한 없는 조문 문호 개방이야말로 폐쇄 국가 북한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조문 외교의 장'을 활짝 열어줌으로써 껄끄러운 나라끼리의 화해에도 일조가 될 수 있다. 28일이 궁금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