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김정일의 사망이 이틀이나 지나서 발표된 점, 김정은이 장의위원회 맨앞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일단은 합의된 것으로 보여 당장 갑작스런 변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김정일의 장례식이 조용하게 끝나면 일단 북한은 '김정은 체제'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3대 세습은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반대한 것이었으나, 갑작스런 김정일의 사망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용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북한 내부의 필요성이기도 하겠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필요성이기도 하다. 자칫 북한이 갑작스런 내분이나 붕괴로 나아가게 되면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북한의 안정성을 위해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영구적인 지지가 될 것이냐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어쩌면 정권이 교체되거나 북한 사회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또, 김정은 체제가 안정된다 해도 그동안 북한의 정치구도가 김정일과 핵무기라는 두 축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일보다 북한 사회에 대한 장악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그리고 북한 체제의 결속을 위해 무력 시위와 같은 대외 강경책을 구사할 수도 있다.
북한의 불확실성은 이제 시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능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때, 그리고 지난 5월 김정일 방중 때 사실관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안보라인의 안일한 자세이다. 이번에도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일성 사망때 딱 한번 했던 '특별방송'을 예고했다. '중대 발표'가 아니라 '특별방송'이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예측은 전혀 하지 못하고, 북핵문제나 6자 회담과 관련한 내용일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대북 정보 습득, 특히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정보는 현실적으로 취득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몰랐다고 해서 우리 정부의 모름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모르더라도 우리 정부는 알 수 있어야 한다. 북한 문제의 제1의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정보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가 제1의 당사국임을 숙지하고 주변국들,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변동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책과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안정이 되든, 장성택에 의해 섭정이 되든, 다른 사람으로 정권이 교체가 되든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고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민·관·군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국민들도 혼란을 부추기는 낭설에 현혹되지 않는 신중하고 차분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