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최초의 기계식 소주공장인 조일양조를 허물고 주차장을 건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경인일보 3월30일자 23면 보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터전(이하·사람과터전)과 스페이스빔, 골목문화지킴이 등 문화예술단체는 논평을 내고 ▲서민들이 즐겨먹는 남한 최초의 현대식 소주공장이라는 역사적인 의미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중구의 콘텐츠 확보 ▲스토리텔링 등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조일양조의 철거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에서도 '인천시 지역고유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지역밀착형 도시재생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낸 바 있다"며 "조일양조장 건물을 성급히 멸실시키지 말고 보존하고, 이를 계기로 개항장 문화지구 바깥의 선화동과 신흥동 일대의 근대 건축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논평에 참여한 사람과터전 이희환 대표는 "조일양조장은 배다리 양조장과 함께 상징적으로 남아있는 역사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건축사적으로는 가치가 적다고 하더라도 역사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건물인 만큼,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목문화지킴이 백영임 운영위원장은 "문화유산이라는 공공의 자산을 아무런 논의없이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일깨우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중구청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조일양조 건물은 지난달 29일 석면해체 작업이 시작돼 석면이 포함된 처마의 슬레이트 등의 해체작업이 이뤄진 상태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