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의 절제된 가슴을 누드 수묵화로 표현한 전시회 '가슴에 희망을 품고'가 전국 병원을 순회하고 있다.
이 전시회의 모델은 유방암으로 한쪽 또는 양쪽 가슴을 절제해야 했던 15명의 환자다. 이들은 환우회 '분당비너스'를 통해 모임을 갖다가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기획자이자 모델로 참여한 이행순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암 수술로 절제한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낸 유방암 환우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병에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자비로 수묵화 작가를 섭외하고 병원 관계자를 설득해 전시회를 추진했다. 투병생활에 지친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문화예술활동을 편 것이다.
이들도 처음에는 유방 절제술을 받고 좌절했다. 수술 자국이 선명한 가슴을 남들 앞에 내보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회를 준비하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모델로 나선 환자들은 아직도 유방암과 투병 중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유방암이 재발해 남은 가슴까지 절제한 환자도 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화폭에 담겼다.
이 전시회는 지난해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 로비에서 열린 '비록 …하지만 나는 내가 가장 아름답다'의 후속이다. 올해는 작품 수를 늘리고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후원을 받게 됐다.
이 씨는 "보다 많은 환자들과 뜻을 나누고 싶다"며 "전시를 원하는 전국 병·의원을 순회하고 추후 해외 진출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4월 메이필드호텔·인하대병원에 이어 5월 충북대병원·가천의대길병원, 6월 전북대병원·부산고신대복음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