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망졸망 모여있던 꼬마 아이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극심하게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울음으로 새어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다. 5~7년의 짧은생, 그토록 진하게 농축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 본 경험이 있을까? 사육사가 들고나온 도마뱀과 비단구렁이, 이구아나는 낯설어서, 아이들과 키가 비슷한 오랑우탄은 너무 비슷해서 아이들은 잠시 재잘거리기를 멈추고 그들을 바라본다. 사육사가 다가와 작은 도마뱀을 머리위에 얹어주면 숨쉬는 것마저 잊은채 긴장하다가, 이내 머리위에서 꼬물거리는 생명을 느끼며 안도한다.
이 순간이 그들 중 누군가에게 '생의 첫 기억'으로 남는다면, 차가운 비늘의 감촉보다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을 평생 간직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고양시 '테마동물원 쥬쥬'의 오후 2시 풍경이다. 단지 보는게 아니라 동물과 만나는 곳, '쥬쥬'의 살림꾼 최실경 원장을 만났다.
■ 새 식구 오던 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건만, 지난해 11월 말 새 식구 들이느라 동물원에서는 북새통이 벌어졌다. 바다코끼리 암수 한 쌍이 러시아에서 이민을 왔다. 암컷이 6개월, 수컷이 1년 6개월 됐으니 야생에서 수명이 40년인 것에 비하면 아직 어린 아이지만, 몸무게는 암수 각각 120㎏, 200㎏에 육박한다. 이 한 쌍의 '바다코끼리'가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크기의 수조에 150t의 물을 채우고, 북극동물이니 수온을 15℃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냉각기를 설치했다. 자기 몸무게의 최소 3%이상을 먹은 뒤에 생산한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한 여과시스템을 설치했다.

한 번 들여오면 죽을때까지 돈이 드는 데다 살아있는 것들이라 마음쓸 일도 많을텐데 이 커다란 '아기 바다코끼리'를 왜 굳이 들여왔을까? 답은 간단하다. 좋으니까. 바다코끼리 자체도 좋고 쥬쥬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이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바다코끼리를 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좋고.
■ 세 번 가는 동물원
우스갯소리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생 동물원에 3번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적 엄마아빠랑 한번, 데이트 할 때 또한번, 자식 낳아 데리고 오는게 마지막. 전국에 있는 동물원을 다 합쳐봐야 모두 13곳이고 사설동물원은 '쥬쥬'가 유일하다. 동물원이 없어서 못가는건지 사람들이 찾지를 않아 동물원이 없는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동물원법'조차 없는걸 보면 우리는 동물과 그다지 친해질 생각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물 학대에 대한 논란은 최근 종종 일어나고 있다.

최 원장은 "국공립 박물관에서도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사고가 한 번 있은 후로 싹 사라졌다"며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질책과 상부의 징계가 겁이 나서 못하지만 사설동물원인 우리는 소신대로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동안 사설동물원을 운영하면서 현금만 150억원을 쏟아부었다고하니, 이 돈을 들여가며 동물을 학대할 리는 없지 않을까.
■ 성장하는 박물관
최 원장은 오른손이 의수다. 젊은 시절 월남전에 참전했다 사고를 당했다. 20대부터 최 원장은 사람들의 불편한 눈초리와 편견을 감당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동물들은 편견이 없었다. 최 원장이 사랑을 주면 주는만큼 그를 따랐다. 그런 동물들에게 최 원장은 점점 더 사랑을 쏟았다. 동물원을 만들기까지는 남다른 과정을 거쳐야했다.

설립 당시의 이야기를 하던 중 최 원장은 "사실 쥬쥬는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전문박물관'"이라고 고백(?)을 했다. 우리나라는 식물원도, 동물원도 박물관법이 적용된다. 그렇다보니 동물원에는 필수적인 시설인데, 법적으로는 불법이 되는 경우가 있다. 최 원장은 "필요한 시설이라면, 불법인지 아닌지를 실질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집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시설물을 철거하면 동물과 이용자가 다 불편해진다"고 하소연했다.

글┃민정주기자
사진┃김종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