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이 1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유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자신의 자취방에서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유학생들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 숫자는 아직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국인들로 구성된 이들 유학생은 자신들에게 무관심한 '울타리 없는' 유학생활에 신물을 느껴 반한 정서를 갖고 귀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감정을 갖고 한국을 찾은 유학생들이 서운함 탓에 나쁜 감정을 갖고 돌아가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학생을 그동안 '남'이라고만 치부해 온 정부와 지자체, 학교의 책임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에선 유학생들에겐 '표'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책이 전무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학생에 대해선 간헐적인 소규모 연구 외에 전반에 대한 조사는 거의 전무한 게 현실이다. 그나마 있는 소규모 연구조차 유학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조사에 그칠 뿐 유학생 전체에 대한 연구는 찾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 10명 중 4명이 유학 후 반한 감정을 갖게 되며, 10명 중 4명은 유학생활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은 관이 됐건 학교가 됐건 그들이 느끼는 불만을 조사해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 전국 유학생 현황

유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유학생 분포현황을 보면 1980년 1천15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유학생은 30여년 만인 지난해 90배가량 폭증해 8만9천537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유학생 비율 또한 0.2%에 불과하던 것이 같은 기간 2.3%로 늘었다. ┃표1 참조

특히 정부가 유학을 장려하는 'Study Korea Project' 사업을 시행한 2004년부터 증가세는 더욱 뚜렷했다.

그러나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은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율 변동추이다. 유학생은 2005년 전년에 비해 33.8% 늘어난 데 이어 2006년 44.5%, 2007년 51.3%로 증가율이 정점을 찍은 후 2008년 돌연 29.7%로 떨어졌다. 감소세는 이어져 2009년엔 18.6%, 2010년엔 10.5%를 기록한 후 지난해엔 6.8%로 한자릿수대에 머물렀다.


국가별 유학생을 보면, 특히 중국인 유학생의 비율이 68.1%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이 일본(5%), 몽골(4.1%), 미국(3%)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베트남(2.6%)과 대만(1.8%) 등 동남아 주변을 중심으로 한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표2 참조

■ 중국인 유학생 현황

국내 유학생의 대다수가 중국인 유학생이다 보니 유학생 관련 연구조사도 거의 다 중국인 유학생에 한정돼 있다.

일단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현황을 보면, 중국 내에서 외국으로 배출되는 유학생 규모는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11만8천여명이던 유학생은 지난해 33만9천여명선으로 크게 늘었다. ┃표3 참조

이들 중국인은 주로 유학원 중개(34%)를 통해 유학을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학교 웹사이트를 이용한 정보수집(30%), 교수나 주변인 소개(17%)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유학을 원하는 중국인 상당수가 유학원을 통한다는 통계는 국내 대학에서도 유학원과 연계한 유학생 유치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반면, 양질의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학생 유치에만 관심이 있는 유학원의 경우, 어학수준이 부족한 유학생(37%)이나 학업보다 취업을 중시하는 학생(33%) 등의 유입이 많아져 자칫 한국유학에 실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중 대부분은 월세(36.5%), 원룸(17.5%), 전세(1.6%), 고시원(10.4%) 등 세를 들어 생활하고 있고, 다음은 학교기숙사(28.3%), 하숙(2.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프 1 참조

■ 10명 중 4명이 유학 후 반한 감정?

국내 유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국인 유학생 10명 중 4명은 유학생활 후 반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격한 반한 감정을 갖는 사례도 3.6%에 달했다. ┃그래프2 참조


이들이 반한 감정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 대한 한국언론의 왜곡보도 영향이 4점 만점에 3.97로 가장 컸고, 학교 안팎에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3.93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역사인식의 차이(3.76)와 한국인이 미국이나 일본을 선호하는 경향(3.66), 재중 한국기업의 부도덕성(3.36) 등도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유학생활을 하기 전 당초 기대치와 실제 만족도간의 격차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기대를 품고 한국에 왔지만 유학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전체의 39%가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이 기대치보다 미흡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9%는 '매우 미흡하다'고 답했다.

┃그래프3 참조

이 같은 만족도 격차는 입학 전 유학생활에 대한 정보와 실제 현실 사이의 차이에서 나타나는데, 중국인 유학생들은 주로 학습환경(27%)이 입학 전 입수한 정보에 비해 좋지 못하다고 느꼈으며, 장학금(22%)과 문화시설 등 주변환경(16%), 주거환경(12%), 학교명성(8%) 등이 뒤를 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학 후 지인에게 한국유학을 권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23.3%로, 일본 유학 후 권하지 않겠다는 비율(8.5%)보다 훨씬 높았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