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내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지난 학기의 경험만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한국을 떠나고 싶어진다. 학교에서 한국 학생과 '멘토-멘티'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참가했지만 결국 '이용'만 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교류행사에서 짝으로 맺어진 한국인 멘토에게 여러 번 연락을 했는데도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피하기만 했다"며 "학기가 끝나기 직전 딱 한번 만난 멘토 학생은 보자마자 휴대전화로 '인증샷' 몇 장을 찍더니 한 시간도 안 돼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유학생활이 얼마 되지 않은 A씨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건 먼저 유학생활을 시작한 중국인 친구의 조언 덕분. 한국인 학생은 학점을 얻기 위해 교류행사에 참가했고, 증거 사진을 제출하기 위해 A씨를 단 한 차례 만났던 것이다.
A씨는 "진심으로 한국인 학생과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그 학생한테 나는, 유학생은 단지 학점의 수단일 뿐이었다"고 속상해 했다.
반면, 미국 미시간주의 한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공무원 B씨는 아직도 미국이나 미시간주 얘기만 나오면 절로 신이 난다. 학교에서 연계해 준 홈스테이 가정의 부부는 마치 '양부모'처럼 친절했고, 대학은 현지 학생과의 내실있는 교류 프로그램으로 유학생활을 도왔다. 덕분에 행복한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B씨는 아직도 '친미 인사'를 자처한다.
A씨와 B씨의 사례는 한국과 선진국의 유학생 관리 프로그램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들은 체계적인 유학생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유학생들은 겉치레 프로그램에 상처를 받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신종호 연구위원은 "멘토링 제도는 해당 언어를 배우려는 한국 학생과 유학생을 연결해 주는 게 일반적이나, 실제로는 한국 학생들이 책임감 없이 유학생을 대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에선 교류프로그램을 철저히 관리해 내실을 다지고, 한국 학생보다는 오히려 해당국가 유학경험자 등 유력 인사들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를 고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해민기자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