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동경해 세계 164개국에서 찾아온 유학생들은 차세대 외교사절이자 한류 전파의 첨병으로,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정부와 지자체·사회 전체가 함께 보듬고 가야할 '우리'이기도 하다. 2일 수원 아주대학교 캠퍼스에서 각국에서 유학온 외국 학생들이 희망찬 내일을 위해 힘껏 뛰어오르고 있다. /임열수기자
국내 외국인 유학생 10만명시대다. 한국을 동경해 이역만리 찾아왔지만, 학교와 학우들은 무관심하고 그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대학들은 유학생에 대한 노력은 뒷전인채 그들을 '돈벌이 수단' 정도로 여기고, 한국 학생들은 학점 경쟁 탓에 같은 팀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학생 10명 중 4명이 유학생활 후 오히려 반한(反韓) 감정을 갖게 된다는 조사 결과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유학생들은 차세대 외교사절이자 향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한국 유학후 친한(親韓)인사로 국익에 보탬이 돼야 할 그룹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 역시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라는 사실이다. 대학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사회 전체가 함께 보듬고 가야할 존재다. 경인일보는 창간특별기획 <유학생 10만명 시대, 그들도 '우리'다> 를 통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의 실태와 현황을 진단하고 우리 사회가 챙겨야할 문제, 지원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경기도내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지난 학기의 경험만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한국을 떠나고 싶어진다. 학교에서 한국 학생과 '멘토-멘티'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참가했지만 결국 '이용'만 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교류행사에서 짝으로 맺어진 한국인 멘토에게 여러 번 연락을 했는데도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피하기만 했다"며 "학기가 끝나기 직전 딱 한번 만난 멘토 학생은 보자마자 휴대전화로 '인증샷' 몇 장을 찍더니 한 시간도 안 돼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유학생활이 얼마 되지 않은 A씨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건 먼저 유학생활을 시작한 중국인 친구의 조언 덕분. 한국인 학생은 학점을 얻기 위해 교류행사에 참가했고, 증거 사진을 제출하기 위해 A씨를 단 한 차례 만났던 것이다.

A씨는 "진심으로 한국인 학생과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그 학생한테 나는, 유학생은 단지 학점의 수단일 뿐이었다"고 속상해 했다.

반면, 미국 미시간주의 한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공무원 B씨는 아직도 미국이나 미시간주 얘기만 나오면 절로 신이 난다. 학교에서 연계해 준 홈스테이 가정의 부부는 마치 '양부모'처럼 친절했고, 대학은 현지 학생과의 내실있는 교류 프로그램으로 유학생활을 도왔다. 덕분에 행복한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B씨는 아직도 '친미 인사'를 자처한다.

A씨와 B씨의 사례는 한국과 선진국의 유학생 관리 프로그램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들은 체계적인 유학생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유학생들은 겉치레 프로그램에 상처를 받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신종호 연구위원은 "멘토링 제도는 해당 언어를 배우려는 한국 학생과 유학생을 연결해 주는 게 일반적이나, 실제로는 한국 학생들이 책임감 없이 유학생을 대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에선 교류프로그램을 철저히 관리해 내실을 다지고, 한국 학생보다는 오히려 해당국가 유학경험자 등 유력 인사들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를 고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