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불과 열흘전만 해도 인천 송도의 GCF 사무국 유치를 낙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사국이 8개국이나 몰려있는 유럽세가 너무 강했고, 우리의 가장 큰 경쟁 도시였던 독일 본은 막강한 자금력과 외교력을 동원해 GCF 사무국 유치를 자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일을 이길 큰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인천시 말단 공무원까지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GCF 사무국 유치를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기획재정부와 인천시 공무원들은 스마트폰 카카오톡까지 동원해 실시간으로 이사국들의 동향 정보를 주고 받았다. 대통령은 GCF 24개 이사국 정상들에게 일일이 전화까지 하며 정상외교를 펼쳤다.
이와 함께 아시아에 제대로 된 국제기구가 없다는 논리와 개발도상국의 모범인 우리나라가 GCF사무국을 가져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득력있게 GCF이사국에 알렸다. 이런 부분들이 모두 합쳐져 인천 송도의 GCF 유치가 이뤄졌다.
공무원들 실시간으로 이사국 동향 주고받아
이대통령 24개 정상과 일일이 전화통화 외교
송시장 '맨투맨 전략' 등 선진국 자금력 눌러
■ 유치전략 주효
정부가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 때 유치 의사를 공식 발표할 때만 해도 GCF가 한국 품에 안기리라고 생각하는 국가는 드물었다. 기획재정부가 유치작업을 총괄했지만 정부에서도 자신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유치 의사를 공식·비공식으로 표시한 곳이 국제기구를 다수 유치한 독일, 스위스는 물론 중국, 멕시코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다.
악조건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전략 덕분이었다.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많은 독일이나 스위스의 장점을 오히려 역이용했다. 제네바, 본, 워싱턴 등 유럽과 북미에 집중된 국제기구의 지역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한국의 '가교' 역할도 부각시켰다.
서울을 제치고 국내 유치 후보도시가 된 인천 송도의 녹색 경쟁력도 도움이 됐다. 인천공항과의 근접성은 물론, 주재원들의 정주 여건까지 고려한 최적의 도시로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 카카오톡까지 동원
GCF 2차 이사회가 시작됐던 지난 18일, 인천시 한 공무원의 스마트폰에는 쉴 새 없이 카카오톡 알림 문자가 도착했다. 인천시와 정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카카오톡으로 이사국들의 동향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 것이다.
이와함께 송도란 도시를 소개시켜 주기 위해 송도 센트럴파크에 있는 수상택시를 GCF 이사들의 만찬장 이동 수단으로 사용했다. 수변 공간과 잘 어우러진 송도 야경을 본 이사들은 "환상적이다(Fantastic)"라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민간유치 위원장인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 송영길 인천시장 등도 각국 이사들을 맨투맨으로 맡아 인천 송도의 유치 당위성을 전달했다. 특히 송 시장은 접견할 이사 프로필은 물론, 해당 이사가 집필했던 책까지 어렵게 공수해와 읽은 뒤 관심사를 공유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밖에 수출입은행, 한국개발연구원, 대외경제연구원, 한국관광공사 등 관련기관과 전문가, 삼성, 현대, 포스코, SK, LG 등 기업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GCF 인천 송도 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었다.
/정의종·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