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사립뮤지엄의 실상과 발전 미래에 대한 좌담회가 열렸다.

이번 아트브리지플러스는 뮤지엄을 찾아가는 대신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했다. 우리나라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의 현재를 꿰뚫고 있는 이 손님들은 그동안의 연재를 통해 드러난 사립뮤지엄의 실상을 되짚어보고 발전적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지난 1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회의실로 모였다.

사립뮤지엄에 관해서라면 서로 속사정까지 잘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 속시원히 얘기나 해보자고 만든 자리이건만, 손님들은 한국 사립뮤지엄 주인으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다하며 일 분, 일 초를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사립뮤지엄에 관해서라면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하계훈 교수가 좌장을 맡아 좌담회를 이끌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부회장인 안연민 한국미술관장, 한국사립박물관협회 부회장인 김형구 등잔박물관장, 김이환 이영미술관장이 아트브리지와 인연으로 좌담회에 참석했고, 경기도청 문화예술과에서 사립뮤지엄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김선미 주무관이 함께 자리해 정책입안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 현 재 ] 를 말하다
새로 생겨나는 박물관에 비해 미술관수 현저히 적어 -안연민
행정 지원만으로 꾸려가기 힘든 문화시설만의 현실 -김이환

[ 문 제 ] 를 말하다
'비영리' 제한 때문 수익창출 창구 좁아 방법 모색 -안연민
국공립시설처럼 무료입장이라는 인식 바로잡혀야 -김이환

[ 미 래 ] 를 말하다
문화의식 높은 국민 분석 전략적으로 발길 잡아야 -하계훈
공사립 불문 관람객 소수 젊은층 늘어 전망은 밝아 -김선미
1세대 설립자 10년후 문닫을 상황 이어갈 장치 필요 -김형구

 
 

■ 한국 사립뮤지엄의 현재


하계훈 교수의 "눈치볼 것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되, 너무 절절한 호소는 하지 말자"는 말에 모두 한바탕 웃으며 좌담회가 시작됐다.

역시 화두는 현재의 사립뮤지엄의 실상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처음 운을 뗀 안연민 관장은 "미술관 입장에서는 미술관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한다"며 "지자체에서도 미술관보다 박물관을 쉽게 접근하고 건립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좋은 미술관이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형구 관장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만들어진 후 박물관이 많이 생겼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10년쯤 지나고 1세대 설립자들이 대부분 70~80대가 되면 더 끌고 나가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굉장히 많을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가 좋아서 한 일이니 자식들은 이어서 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생활비라도 나오면 몰라도, 더군다나 시골에서 박물관하겠다고 나서는 사위나 며느리는 없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드러내 보였다.

김이환 관장은 "미술관 해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은데 하나같이 첫 질문이 '지원은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다"라며 "행정당국의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정도는 아니고, 지원만으로는 잘 될 수 없는 문화시설의 본질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자체에 문화시설이 많은게 좋으니 정책적으로 권장하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자 행정당국도 박물관 미술관을 건사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니 설립조건을 변경하거나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정책과 현실사이의 틈을 짚어보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김선미 주무관에 옮겨졌다. 그는 "10년 후 뮤지엄의 숫자가 줄어들것이라는 염려는 인정하지만 현재 경기도내 사립뮤지엄은 연간 10곳 이상 증가하고 있고, 뮤지엄의 설립·운영의 세대가 바뀌고 있는 최근에 등록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뮤지엄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수가 줄어드는 것은 향후 경영, 운영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케팅 등 생존 방법에 적응하는 운영자와 고전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운영자의 경쟁체계가 돼가는 분위기"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 누적된 문제

하계훈 교수는 "현황에 대한 인식은 공유를 하고 있고, 미래에 대해서는 현장과 행정이 시각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결국은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경영혁신이 관건인데, 아이디어가 중요할 것 같다"며 다음 논의를 이어갔다.

안연민 관장은 "지금은 사설뮤지엄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입장료, 아트숍 정도인데 '비영리'라는 것에서 비롯되는 제한을 풀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접적인 수익 창출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구 관장이 "고급외제차 타고 온 사람이 관람료 2천원 받는다고 그냥 돌아간다"며 뮤지엄에 대한 관람객의 그릇된 태도를 지적하자 김이환 관장이 "국공립을 무료로 운영하니 박물관은 당연히 공짜인 줄 아는데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어받았다.

하 교수는 "'우리 박물관에 올해 몇 만명이 방문했다'이런 데이터가 있으면 홍보도 편하고 평가지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니 그런게 아닌가"라며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김선미 주무관은 "국공립이 무료로 입장하면 사립은 어려움이 있으겠지만 국공립은 나름의 기능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기준에서 정책을 세우는 것이며 관람객이 많이 오지 않는 것은 공사립 뮤지엄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공립을 떠나 관람객 유치를 위해서는 질적인 발전을 꾀해야 하고, 전시 증가나 교육프로그램 업그레이드를 통해 재방문율을 높이면서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 곧 존재의 의미가 미미해져 운영경비부담은 점점 커질것"이라며 "사립뮤지엄의 풍부한 아이디어들이 만나면서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다가올 의제

가장 논의에 힘이 실린 주제는 역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 교수는 "외국에 다녀보면 우리 국민들의 문화의식이 모자란 것 같지는 않은데, 뮤지엄으로 이끄는 전략은 부족한 것 같다"며 "협회 차원의 전략 개발과 회원사 참여 유도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는 제안을 던졌다.

이에 안연민 관장은 "최근 한국사립박물관협회 세미나는 그에 근접해 강좌를 열었었다"며 "문화전문가가 아니라 심리학자의 분석력을 통해 일종의 소비심리 만들기를 고민하는 등 전략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미 주무관은 "예전보다 젊은층도 많이 관람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공유가 빠르니 그런 부분에서는 우리가 전망이 밝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외국 관람객들과 우리 관람객을 비교하면 서구인들은 천천히 관람을 즐기는 반면 일본이나 한국은 걸어가는 속도와 감상하는 속도가 같을 정도로 전시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며 풀어놓은 것을 많이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전략과 분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기도의 사립뮤지엄 지원 사업에 관한 바람도 빠지지 않았다. 김이환 관장은 "지원정책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만족도나 방법에 문제가 있는 지원은 환영받지 못한다"며 "올해 시작한 맞춤지원은 심화시키면 좋겠다"고 청했다.

김 주무관은 "관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중간에 서서 양쪽 목소리를 다 듣는데 아직 사립은 개인 재산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기 때문에 문화향유기회 증대보다는 사유재산 증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공평한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현장의 소리를 수용해 매년 개선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 교수는 "뮤지엄의 승계를 위해서 제도 마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안정적 세대교체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다. 김형구 관장은 "나이가 들면 가는 건 틀림없으니 한번은 액션이 필요한데, 좋은 전례도 찾기 어렵고 제도도 없으니 난감한 문제"라며 "승계시 세제 혜택과 법인화 등 귀한 유물들과 시설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환 관장은 "뮤지엄의 특성에 맞는 특수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거들었다. 김선미 주무관은 "2세대가 뮤지엄을 물려받았을 때 1세대와 같은 열정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니 국가나 지자체 혹은 유사기관에 기증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협회 내부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수집한 유물이 분산되지 않을 방법을 논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문화정책뿐 아니라 기획재정, 국세청 등 여러 기관들이 관련된 내용이니 만큼 충분한 논의와 아이디어가 모여 좋은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자"고 정리했다.

글┃민정주기자

사진┃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