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형편에도 큰아버지가 은행에서 대출해 전세자금으로 빌려준 돈 6천만원으로 얻은 작은 아파트에서 준환(11·가명)군이 뇌출혈로 쓰러져 지체장애 1급인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할머니를 도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이명순(71·가명) 할머니는 10여년 전 생강 분쇄기에 오른손 검지를 잃었다. 할머니는 이 손으로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매일 힘겹게 끌고 있다.

지체장애 1급인 아들과 초등학생인 두 손자 녀석을 혼자 부양해야 하는 할머니로서는 힘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장애아들·두 손자 혼자부양
지원금 90만원 생활비 태부족
폐지값도 반토막 '설상가상'
"아이들 큰 모습 꼭 보고파"


"날도 춥제, 얼어붙제, 눈비 때리제. 요샌 이 짓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것어."

손자 둘을 학교에 보내고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 할머니가 손에 쥐는 돈은 고작 3천~4천원. 워낙 없는 살림이어서 할머니에게는 이마저도 큰 힘이 됐었다. 하지만 이것도 요즘 들어 반 토막이 났다. 1㎏당 100원씩 쳐주던 폐지 값을 요즘 들어서는 50원 받기도 힘들어졌다.

할머니의 아들 박민(43·가명)씨는 2003년 성탄절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날은 박씨 자신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정말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었지만 이날 새벽 자신이 뇌출혈로 쓰러지며 풍비박산이 났다. 두 아들을 남겨두고 아내가 박씨 곁을 떠난 것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도 결국 모두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 죄스런 마음이다.

아들의 퇴원을 1주일 남겨둔 2004년 7월 어느 날, 할머니는 사돈에게서 '딸아이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놀란 할머니는 아들의 병간호를 뒤로 하고 아들 내외가 살던 집을 황급히 찾아갔다. 집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집안 한 구석에는 사돈댁 주소가 쓰인 택배 운송장만 남겨져 있었다. 며느리와는 그걸로 끝이었다.

여태껏 엄마와 전화 통화 한 번 못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밝게 자라준 준성(12·가명)이와 준환(11·가명)이 두 형제를 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할머니는 "생전 용돈 달라는 소리 한 번 안하던 준성이가 며칠 전 용돈을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도 '아빠 몸이 조금 더 좋아지면 너희한테 (돈을) 써줄게'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매달 정부에서 주는 90만원의 생활비로는 이들 네 가족이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생활비가 모자랄 때 조금씩 사용했던 카드 값은 이미 1천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아들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금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이때 생긴 6천만원의 전세 대출금 이자와 매달 50만원 하는 아들의 건강보조식품 비용, 아파트 관리비 15만원을 제하고 나면 손자들의 학용품 준비도 힘든 형편이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내가 살아 있어야 할 텐데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큰 손자 준성이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준환이는 수학선생님이 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본부(032-875-7010), 홈페이지(www.childfund-incheon.or.kr)

/김성호기자

경인일보·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