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채 7년째 병상에만 누워있는 남편 김정훈(47·가명)씨가 딸 아연이(14·가명)를 걱정 하자 딸 아이 얘기를 꺼내던 이현미(44·남구 용현5동·가명)씨가 눈시울이 붉히며 남편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임순석기자

폭식증 때문에 며칠을 굶기기까지 했어요. 아기 아빠가 갑자기 저리 되고…." 딸 아이 얘기를 꺼내던 이현미(가명·44·인천시 남구 용현5동)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병상에 누워있던 남편은 안쓰러운 듯 아무 말 없이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정형편 기울자 폭식증세
지원금 130만원 생활도 빠듯
"성공해 아빠 병 고쳐줄것"


하역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오던 김정훈(가명·47)씨는 지난 2006년 9월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딸 아연이(가명·14)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충격이 컸던 것일까. 늘 밝고 명랑하던 아연이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어느 날인가,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아빠의 장애로 놀림당한 뒤로는 폭식증세까지 보였다. 이 때문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났고,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또다시 왕따를 경험하면서 우울증은 더욱 악화됐다.

아연이 뿐만이 아니었다. 수년간 병상에 있는 남편의 병수발을 들면서 아내도 결국 건강을 잃고 말았다. 이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인천사랑병원에 가 혈액 투석을 받는다"고 했다. 고혈압을 앓아오다 만성신부전증으로 발전된 것이다.

게다가 척추분리증까지 생겨 허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소원이 있다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딱 3일만 푹 자고 싶다"는 이씨의 말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삶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김씨는 "너무 오래 살았다"고 자책했다. 또 "내가 누워있을 때 아버님도 돌아가셨다. 나 때문이다. 2일이 아버님 기일이었다"고 했다. 남편의 말에 이씨는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냐"며 핀잔을 줬다.

남편 김씨는 지금도 인하대병원 중환자실로 실려갈 만큼 병세가 갑작스럽게 악화될 때가 있다. 이씨는 "새벽에 자다가도 그런 일이 생긴다. 혼자서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그 고통을 참아내다가 정 안 될 때 나를 깨운다"며 남편을 애처롭게 쳐다봤다. 잠자코 있던 김씨는 "(아내가)많이 고될 테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약 130만원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남편의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대소변용 기저귀 등 각종 위생용품을 구입하고 나면 기본 생활비를 대기에도 빠듯한 돈이다. 이씨는 "아이 아빠가 병원 진료라도 받는 날이면 환자 이송차량 이용비로 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화제를 돌려 아연이의 근황을 물어봤다. 다행히 심리 치료를 받고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아빠를 닮아서 노래를 참 잘해요. 가수로 성공해 엄마·아빠 병을 고쳐주겠다는 기특한 딸이에요." 아연이는 지난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딸을 혼자 서울로 보내는 것이 걱정됐던 엄마는 끝까지 본선 참가를 반대했다. 이씨는 "아이가 실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일이 여태 마음에 걸린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아연이는 얼마 전 엄마에게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지나가듯 했다고 한다.

후원 문의: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본부(032-875-7010), 홈페이지(www.childfund-incheon.or.kr)

경인일보·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