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세계 100대 인물'엔 상상 밖 인물도 뽑히기 일쑤다. 1999년 6월 '금세기 영웅 100명'엔 안네 프랑크,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체 게바라와 브루스 리(李小龍)도 끼어 있다. 그들이 과연 특정 분야의 인기인을 넘어 퓨전(fusion) 영웅―연합 영웅일 수 있느냐엔 토를 다는 사람이 많았다. 2000년대 들어선 미국 TV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단골로 선정됐고 2005년엔 김정일과 이건희도 올랐다. 그런데 지난 28일 153명 후보엔 싸이와 김정은이 올랐지만, 궁금한 건 100대 인물 중 영향력 1위는 과연 누구일까 하는 그 점이다. 지구촌 촌장댁 가장(家長)인 미국 대통령의 1위야 이의 제기자가 없을지 모르지만 이번만은 단연 김정은이 1위가 아닐까.

▲26일→미군기지 포격 준비, 미 본토와 하와이 괌 등 기지 공격 가능 장거리 포격부대 배치 ▲29일→미사일부대 한국, 태평양 미군기지 공격 대기명령 ▲30일→북남 전시상황 돌입 선언에까지 이르자 미국과 북한은 다윗의 돌팔매에 콧잔등을 얻어맞아 뒤로 넘어간 골리앗이라도 상상하는 것일까. 미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전 유엔 회원국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오바마야, 어서어서 붙어 보자'는 김정은이야말로 세계 100대 인물 중 단연코 1위가 아닐까. '미국 B52, B2 비월 조선반도 상공' '김정은 하명 전비(戰備)상태' '조선 선포 조한(朝韓)관계 진입 전시상태' 등 중국 언론 보도를 봐도 전쟁 1보 직전이다.

'준비교전국'이란 말이 있다. 실질적 교전은 하지 않지만 교전을 각오, 냉전 중인 나라다. 그런데 북한은 그 정도로는 근질거려 못 견딘다는 것이다. 전멸 때까지 싸우는 '오전'을 하자는 것이다. '오'는 '사슴 녹(鹿)'자 밑에 金자가 붙은 글자로 '모조리 죽인다'는 뜻의 '무찌를 오'자다. 중국어로는 '아오짜오' 즉 '술지게미처럼 짓이긴다'는 말이다. 6·25전쟁 참전자들은 그 유혈표저(流血漂杵)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것이다. 杵는 절굿공이 등 '공이 저'자로 공이가 떠내려갈 정도로 피가 흐른다는 뜻이다. 정녕 그러기를 저 소름끼치는 징고이스트(jingoist)―호전광(好戰狂)들은 바라고 있는 것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