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 주변에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차량을 세워둔채 진을 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국민이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화를 막아달라. 한국민들도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데 힘을 합칠 것이다."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오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항의하려던 민주당 이종걸·이상민·문병호 의원은 끝내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초 이들은 야스쿠니 신사 입구에서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다.

그러나 입구 근처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의원들에게 접근하려 하자 일본 경찰이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의원들의 발길을 막아섰다.

경찰이 의원들을 우익단체 회원들과 격리시키기 위해 먼저 이종걸 의원을 숙소인 리오타니 호텔로 데려가자 이상민 의원과 문병호 의원은 오전 9시께 신사 주변 노상에서 한국과 일본 취재진 수십명에게 입장을 표명했다.

▲ 민주당 문병호(왼쪽)·이상민 의원이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주변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또 다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본 국민과 힘을 합쳐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려 한다"면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어리석음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 의원은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된 일본 국민에게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밝힌 뒤 "우리는 또다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본 국민과 힘을 합쳐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려 한다"면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어리석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의 정책들이 한일관계와 동북아 및 세계의 선린관계를 해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아베 정권은 보수 우경화를 중단하고 평화와 한일 우호를 위해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사 주변에 진을 친 우익단체 회원 수백명은 곳곳에서 소란을 피웠다. 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고, 일부는 한국 취재진에게 "이리 와 보라"며 위협적인 언사를 하기도 했다.

도쿄 중심가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현재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천여명이 이곳에 합사돼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