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난지 언제인데 지금도 그 얘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철도문제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힘 가진 집단과의 대화는 도무지 뚫리지 않아 막혀있고 그렇다고 신선한 어젠다를 내세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지 못하고 있음도 답답하다. 정치학자가 아닌 백면서생인 내가 보아도 한국을 둘러싼 각국의 쟁패는 심각하다. 다들 자기네 이익만을 추구하고 국제사회의 질서와 공익은 사라진 것 같다. Korea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3대 세습이나 패륜적 상황은 상상이 안되고 부끄럽기도 하다. 이건 약과다.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세계 최강 경제대국 일본도 있다. 끊임없이 대륙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다. 참혹한 살육의 만행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인 셈이다. 세계 최대국가인 중국도 북한 편들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에 경제적 예속이 심하니 무어라 강하게 탓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이러다가 우리가 혹시 정치적으로 섬나라가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미국에만 의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편만 들고 있는 중국에 추파를 던지기엔 더욱 그렇다.
송호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상황은 구한말의 암울했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정치·경제적으로 한국을 키운 20세기 패러다임은 끝났다. 산업화 세력이 자랑하는 성장엔진은 구닥다리가 됐고, 민주화 첨병이던 재야세력은 기득권집단이, 강성노조는 이익집단이 됐다. '사람투자'에서 '사회투자'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팽개쳤다. 연대와 신뢰를 창출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사회투자의 요체이거늘, 개인주의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현실을 부추기고 방치했다. 양극화와 격차사회의 행진을 막지 못했으며, 사회조직은 승자독식을 허용했다.> 그는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을 냉철히 인정하자고 한다. 자기주장만이 넘치는 사회에서 누가 어렵고 못사는 사람들을 걱정하겠는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래란 정말 없고 어렵다는 것일까. 수출은 늘고 외화는 쌓여 있다고 한다. 어렵지만 우리사회엔 오히려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세밑에 미담기사가 줄을 잇는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든 우석훈은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일그러진 욕망으로 빚어진 시장만능시대를 지적하고 한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희망찾기를 제안한다. 돈으로 줄 세우고 비용 효율로만 재단하여 사람을 제거한 탓에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한다. 또한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고 근본을 외면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강요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생각할 때에야 비로소 희망이 보인다고 하였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며 무엇이 진정한 가치이고 희망인지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 현재의 상황을 냉정히 성찰하며 새로운 꿈을 찾아야 한다. 희망을 말해야 희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천득염 전남대 건축학과 교수정치·경제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