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림한국'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까. '한국이야 한국인데 크림은 뭘까'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지금 '제2의 크림전쟁'이 붙느냐 마느냐 일촉즉발의 상황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중심에 1430~1783년 존재했던 몽골계 왕조가 '크림한국(Krim Khan)'이다. 칸(Khan)이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의 그 'Khan'이고 몽골과 터키의 종족 원수 칭호가 칸이었다. 그런데 그 칸의 나라를 '칸국'→ '크림칸국'이라 하지 않고 '크림한국'이라 부르는 건 칭기즈칸의 한자 표기가 '成吉思汗(성길사한)'이고 따라서 Khan에 해당하는 한자가 汗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크림전쟁'과 '크리미아 전쟁'을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1853~56년 러시아를 상대로 한 오스만제국(터키),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연합국의 전쟁은 크림스키(Krymskii)전쟁이었고 준말이 '크림전쟁', 영어 호칭이 '크리미아(Crimean)전쟁'이다.
1941~44년 2차대전 중엔 독일 군에 점령당하기도 했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지금 전운(戰雲)이 짙다. 오는 16일의 러시아 합병 여부 주민투표를 앞두고 그를 저지하려는 미국이 흑해에 전함을 파견하고 EU 16개국의 나토군이 연합훈련을 벌이는 등 러시아와의 제2의 크림전쟁이 터지느냐 마느냐의 중대 시기인 것이다. 기독교와 러시아정교의 갈등으로 촉발된 크림전쟁에선 니콜라이1세가 전쟁 중 사망하는 등 러시아가 패했지만 그게 러시아 근대화의 전환점이 됐다. 아조프(Azov)해(海)를 남서쪽으로 가로막으면서 흑해로 돌출한 크림반도(크리미아반도), 얄타와 알루프카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그곳이 전화에 휩쓸려선 안 된다.
그런데 크림반도 사태로 참으로 희한한 올림픽 입장식까지 연출됐다. 7일 개막한 소치 장애인 동계 올림픽의 우크라이나 선수단 23명이 러시아에 반발, 단 한 명만이 휠체어로 입장한 것이다. 미국, 영국도 정부 대표단 파견을 취소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을 가장 두려워하는 건 또 강한 반(反)러 감정의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인 그 땅의 타타르(Tatar)인이다. 반도 인구의 7할인 러시아와의 1990년대 갈등으로 받았던 박해가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해서다. 전쟁 없는 그 땅의 평화를 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