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땐 주민신고는 물론 공권력까지 적극 개입
집에 홀로 두거나 카시트 없는 차에 태워도 제재
신체적 학대 동일시… 안전 위협 여부 중점 파악


아동방임에 대한 개념정립조차 모호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아동방임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주민신고는 물론 공권력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2010년 마리화나를 소지한 혐의로 뉴욕경찰에 체포된 A씨. 경찰이 확보한 마리화나는 형사처벌 기준에 못미치는 분량이었고, 검찰은 기소를 포기했다.

A씨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아동방임'(Child neglect) 혐의로 복지당국의 집요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경찰이 사회복지당국에 이같은 상황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핫라인을 통해 신고를 접수한 사회복지 활동원들은 즉각 출동해 집안에 있던 A씨의 10살 아들과 8살 조카딸을 보호기관으로 데려갔다. A씨는 아들과 1주일간 격리됐고, 조카딸과 재회하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어린아이를 단순히 집에 혼자 있게하는 행위도 방임에 해당한다. 실제, 미주지역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 '헤이 코리안' 등에는 아이를 혼자 집에 두었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재판을 받게됐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밖에 카시트 없는 차량에 유아를 태우는 경우도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경찰이 아동방임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부모에게 아동보호기관에서 교육을 받게끔 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아동방임에 대처하는데 경찰과 보호기관, 주민 등 구분이 없다.

형법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도 아동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각 보호기관을 통한 조치가 이뤄진다. 이는 방임을 신체적 학대와 동일 선상에 놓고 있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미국 아동학대예방 및 보호법은 신체적 학대냐 방임이냐에 대한 구분없이 보호자가 아이에게 얼만큼 해(harm)를 끼치는지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

미 주정부 산하 CPS(Child Protective Service·아동보호서비스기관)는 조사를 통해 'harm'을 'Mild(가벼운)', 'Moderate(보통)', 'Severe(심각한)'의 3가지 단계로 구분해 교육, 격리조치 등 직접적인 개입을 하고 있다.

미국 서던메인대학(University of Southern Maine) 정책연구원에서 10년간 여성·아동폭력을 연구했던 윤선영 박사는 "방임은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CPS의 조사관들은 부모의 특정 행동이 얼만큼 지속됐고, 앞으로 지속될 경우 어떤 해가 미치는지를 판단한다"며 "문화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은 이같은 심각성에 대해서 무감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방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더불어 경찰, 검찰, 법원, 지자체, 아동보호기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구축(coordination)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