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굶겨죽인 '게임 폐인'
계모 학대 '눈감은 친부' 등
은밀하게 진행돼 장기간 피해
정서·신체적 중복학대 이어져
상당수 극단적 상황 원인으로

'아동방임'은 법이 정한 명백한 '아동학대'다. 방임은 아동학대 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칠곡 계모사건처럼 정서적·신체적 학대의 그늘에 가려져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학대와 달리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아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아동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경인일보는 아동방임의 심각성과 제도적 허점을 짚어보고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책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수년간 살아온 4남매의 현실은 부모의 '방임'이 초래하는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칠곡 계모사건 등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도 쓰레기 더미 속 4남매와 같은 방임에서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련기사 3·23면

최근 대구에서는 온라인게임에 빠져 살던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생후 28개월된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방치하다 숨지게 했다.

올 2월 아내와 별거하며 아들의 양육을 맡았던 A(22)씨는 아들을 집에 방치한 채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2~3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아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 주는 게 전부였다.

A씨는 외출한 지 3일 만에 집에 돌아와 싸늘한 주검이 된 아들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다가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렸다.

8살 난 의붓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해 국민적 공분을 산 칠곡 계모사건도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친아버지가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아이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질 정도로 폭행한 계모뿐 아니라 계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외면한 친아버지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법원은 아동복지법 위반과 상해치사로 계모 B(36)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친아버지 C(38)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여론은 이들의 형량이 낮다고 들끓고 있다.

인천에서도 올해 초 미혼모 D(26)씨가 2살배기 아들을 자신의 60대 부모에게 내던지듯 맡기고 달아났다. D씨는 암투병중인 아버지로 인해 부모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놓고 도망갔다. 경찰은 D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아동방임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방임의 특성상 부모에 의해 주로 집안에서 은밀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 더미 속 4남매와 같이 수년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동이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비극 역시 방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임이 지속되면 상당수가 정서적·신체적 가해 등 2차적인 중복학대로 이어지면서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방임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 있지만, 방임이 더 심각한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민재·홍현기·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