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서 10시간 견뎌… 환경 호르몬 걱정도 끝
특허 손잡이로 美·中 진출 "글로벌 기업 목표"
"우리가 아니었으면 국내 마트의 주방용품 진열대는 중국산이 장악했을 겁니다. 국산화한 상품으로 우리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부분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남다른 안목의 구본강 (주)한국실리콘 대표는 장점이 많은 실리콘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방용품에 접목시켰다.
구 대표는 "실리콘은 플라스틱 보다 열에 강합니다. 플라스틱의 발화점이 100℃라면, 실리콘은 300℃입니다. 특히 실리콘은 300℃에서도 10시간을 견딜 수 있을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뒤집개가 후라이팬 표면을 긁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뒤집개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뒤집개는 일정 사용 기간이 지나면 높은 온도에 눌러 붙으면서 주부들을 당황시켰다. 실리콘으로 만든 뒤집개는 이런 문제가 없다.
실리콘에 대한 구 대표의 찬사가 이어졌다.
"열에 잘 견디는 내열성과 함께 긁힘이 없는 편리성, 환경 호르몬 걱정 없는 친환경 제품이어서 주방용품으로 더할나위 없는 재료입니다."
구 대표와 한국실리콘은 2년 가까운 연구개발 끝에 2010년 국자와 뒤집개, 주걱, 도마, 찜기 등 100여가지의 실리콘 주방 용품을 선보였다. 현재 이 제품들은 '채움'과 '플로스' 브랜드를 달고 국내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4~5명이서 시작한 회사의 규모도 현재 80여명의 직원, 연매출 100억여원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결실이 쉽게 맺어진 건 아니다.
1993년 친구가 운영하던 한국실리콘을 인수한 구 대표는 자판기 안에 들어가는 실리콘 호스를 만들고 밀폐용기 뚜껑에 들어가는 실리콘 패킹을 제작하다 곧이어 주방용품 전문회사인 락앤락과 거래를 하면서 성장세를 탔다. 하지만 락앤락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당시 우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락앤락이 중국에 공장도 만들고 중국 진출을 꾀한다는 거였습니다. 나만 믿고 일하는 직원들도 그렇고 너무 힘든 시기였습니다."
구 대표는 락앤락 중국 공장이 기반을 잡을 수 있게 한국실리콘의 기술자를 보내서 훈련시켜 주면서 한국 물량 만이라도 한국실리콘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구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OEM(주문자생산방식)이다 보니 락앤락이 흔들리면 우리도 흔들리는게 싫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한 유럽 시찰을 통해 실리콘 주방 용품을 접했습니다.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물건들을 하나씩 다 사서 귀국 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구 대표는 주방 용품 손잡이 부분에 실리콘을 넣으면서 유럽의 제품에서 한 단계 진화한 제품을 내놨다. 손잡이 부분에 실리콘을 넣으면서 안전성과 함께 잡을 때의 느낌도 향상시켰다.
특허 받은 실리콘 손잡이를 앞세워 국내 대형 마트와 계약했으며, 현재 중국과 미국의 마트(대리점)에서도 한국실리콘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체 실리콘 밀폐용기도 만들어 락앤락, 글라스락과 경쟁을 펴고 있는 한국실리콘은 최근 접이식 밀폐용기도 출시했다.
이같이 진화하는 기술과 제품으로 무장한 한국실리콘은 2004년 ISO 9001 인증을 획득했고, 이듬해 ISO 14001 인증을 얻었다. 2008년 기술혁신 중소기업·클린사업장·벤처기업 지정, 2011년 인천비전기업으로 선정됐다.
구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꼽았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보다 30% 정도 비싼 실리콘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극복해야 한다.
그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품질에 자신있기 때문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면 승산이 있다"면서 "유럽에서 물건을 사와서 연구했지만, 이제 역으로 제가 만든 물건을 유럽 백화점에 진열하는 등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