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략·道 연정에 대한 생각은?
추락 중인 당, 상승기류 탈 계기가 필요
민생 정책·경제민주화 시즌2 유일 해법
道 연정, 걱정 했던 것보다 잘해서 안심
하나의 테스트라 생각… 좀 더 지켜봐야

■총선 각오·카운터파트 소감은?
첫째 인물·둘째 정책… 민생 경제 초점
수도권-지방 상생할 수 있는 공약 준비
李원내대표 만나 행운… 여야 떠나 합심
수도권 규제완화등 협력하고 뜻 모을 것

‘유종터널(원유철 유와 이종걸 종을 따서 만든 신조어)을 만들겠다’. ‘경기도가 우리 정치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 ‘지역 정치에 의존하지 않는 허리 역할을 하겠다.’

지난달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경인일보 ‘인터뷰 그….’에서 새누리당 원유철(평택갑)·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안양만안 갑)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경기도 터줏대감들이 선출직 여야 사상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은 지역 정치권으로도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인터뷰 시작부터 “두 사람이 손잡고 경기도의 정치 르네상스를 일구겠다”는 등의 희망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취재본부 정의종 정치팀장과 김순기 부장이 대담했다.

▲경기도 출신 여야 원내대표를 한자리에 모시고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다. 두 분도 감회가 새로울 거 같은데 소감은.

원유철 원내대표(이하 원) = 대한민국의 중심인 경기도가 정치 르네상스를 열어나가겠다. 경기도 르네상스 시대를 펼쳐 나가겠다.

이종걸 원내대표(이하 이) = 그럼 저는 원유철 원내대표에 이어 르네상스 시즌 2를 하겠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극복 및 내수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예전과 달리 속전속결로 끝냈는데 어떤 비결이 있는가.

이 = 원 대표께서 무조건 해 달라고 해 해드렸다.(원 대표 웃음)

원 = 이 대표께서 메르스 사태 극복과 서민 생활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편성한 추경인 만큼 빨리 처리하자고 해 조속히 처리하게 됐다.

이 = 이번에 원 대표의 지역인 평택에 메르스 피해가 컸지 않았나. 오히려 원 대표가 이번 추경안이 평택지원 예산이 될 거 같아 걱정하시며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제가 원 대표 지역구 도와 드리기 위해 무지 애를 썼다. 내가 평택에 가면 명예시민이 될 거다.(웃음)

원 =많이 도와주셨다. 감사드린다.

이 = 다음번에 원 대표가 안양에 큰 선물을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원 = 말씀만 하시면 열심히 하겠다.

▲사실 경인지역 출신으로 지난번 새누리당 황우여(인천 연수)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수원 영통) 원내대표가 ‘카운터파트’였을 때 서로 협조(?)가 잘 됐는데.

이 = 두 분은 장로셨다. 우리는 가톨릭 신자로 제가 다니던 안양 중앙성당의 양태영 주임신부님이 최근 원 대표님 지역인 평택 송탄성당으로 전근을 가셨다.

원 = 얼마 전 양 신부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는데 이 대표님이 안 도와주시면 신부님한테 이를 거라고 얘기했더니 웃으시더라.(웃음)

▲두 분도 대화가 잘 풀릴 거 같은데 서로 상대 당에서 본받을 게 있다면 무엇인가.

이 = 새누리당이 플래카드를 너무 잘 붙인다. 조금이라도 근거가 있는 플래카드다. 제목이나 내용이나 맵시가 공포를 느낄 정도다. 의원들이 내부에서 갈등이 있어도 굉장히 안정돼 있다. 단단한 지지기반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지지기반은 굉장히 변화가 많다. 조금만 잘못하면 그냥 채찍질하고, 또 잘하면 확 도와주시고. 우리 하는 거 보면서 지지해 주는 지지기반인데 새누리당은 변함없이 지지해 준다. 우리가 볼 때 부럽다.

원 = 새정치연합은 모든 사안에 대해 치열함이 있고 진정성이 묻어 나온다. 사안에 대해 집중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모습이 참 좋다. 최근 저러면 안 되는데 하는 게 당 지도부의 안보 행보다. 안보는 새누리당의 전유물인데 요새 문재인 대표께서 직접 군에 가서 철모를 쓰고 유격 훈련하는 걸 보면서 상당히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두 분께서는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 준비를 잘해야 하는데 전략과 전망이 있다면.

원 =1년도 안 남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인물이고, 둘째는 정책이다. 새누리당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고 의총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합의한 바 있는데 좋은 후보를 내는 것과 좋은 정책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겠다. 특히 민생 경제를 살리고, 가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 수 있는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 수도권 승리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맞춤형 공약을 낼 것이다.

이 = 정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라 야당에 불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일 것이다. 저는 조금 다르게 본다. 정권심판 선거를 논하려면 우선 우리 당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 당은 전통적인 지지세력들 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리한 국면을 살려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추락 중인 당이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저는 우리 당이 상승기류를 타는 유일한 방법이 민생의 주름을 펴줄 정책방안, ‘경제민주화 시즌2’의 전면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풀어주는 정책, 저성장 기조의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정책을 현실화한다면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원내대표로 중앙에서 뛰다 보면 20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 관리가 소홀할 수 있는데 20대 총선에 임하는 각오는.

원 = 지역 주민께서는 평택 출신의 국회의원이 집권당 원내대표가 된 것을 크게 기뻐하고 어디를 가더라도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원내대표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것이 결실을 만들어 낸다면 평택 시민들께서 누구보다도 좋아해 주실 거라 믿고 있다.

이 =주민 여러분 앞에 서면 겸손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제 역할이란 게 무슨 대단한 권력인 것 같지만, 결국 주민 여러분들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다. 난공불락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 지역구 활동에는 정답도 없고 충분한 정도라는 것도 없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고 하늘과 같은 주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경기도 터줏대감들이 여야 원내대표로 ‘카운터파트’가 된 것은 사상 처음인데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는가.

원 = 이번 총선을 계기로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 수도권 의석수가 처음으로 전체 의석수 가운데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수도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님과 같은 훌륭한 파트너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여야를 떠나 수도권규제 완화와 지방의 상생발전 등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뜻을 모아 가겠다.

이 =원 대표가 워낙 정치를 오래 해 온 분이라 의회의 역할, 당·청관계, 여야관계에서 합리적인 면모를 보여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정의 최대 화두는 ‘연정’인데 중앙 정치권에서 연정을 평가한다면.

이 = 연정이라 한다면 기본적으로 다당제 체제에서 이뤄지는 연정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한 당이 과반수 정당 못 만드니까 그런 연정이 일반적이고, 양당제 연정은 자연스럽지 않다. (경기도) 메이저 정당끼리의 연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연정이어서 조금 부자연스럽다. 그런데 처음에 걱정했던 것 보다는 연정의 기법이나 방식을 많이 만들지 못했던 우리나라 형편에 비춰 보면 상당히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된다. 경기도에서는 도지사와 도의원 간의 불균형, 집행과 의결기구 사이의 새로운 연정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어떻든 간에 진성 연정은 다당제에서의 연정이 훨씬 순도가 높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 연정은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 하나의 테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원 = 국민들이 정치권에 실망하는 최대 이유 중 하나가 싸우는 모습이다. 싸우는 국회·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 일하는 국회, 일하는 정치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 연정은 새로운 시도인데, 여야가 같이 힘을 합쳐서 도정을 공동으로 이끌 수밖에 없으므로 충분히 상대 정당에 대해 이해도 하게 되고 타협도 하게 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는 다른 거니까 대비해서 비교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현재 4선 중진인데 다음 정치 목표는 무엇인가.

원 = “소 여물을 먹여 덩치를 키운다”는 말처럼 평택시민을 비롯한 경기도민과 국민 여러분들께서 꾸준히 여물을 먹여주셔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될 수 있었다. 당장 개인적인 목표보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주어진 소명을 다 할 생각이다.

이 =산을 오르면서 다음 산을 생각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다음 정치를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자리도 아니다. 무엇보다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일, 만안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싶다. 다음에도 제가 서 있는 자리는 지금과 다름없이 만안지역 주민들 옆일 것이다.

/대담=정의종 서울취재본부 정치팀장·김순기 부장 jej@kyeongin.com / 사진=하태황 기자 ha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