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후원 통해 지역별 문화행사 다채
관객에 소액동참 독려 ‘홍보의 장’으로

수공예품·중고물품 등 ‘플리마켓’ 기획
다채로운 공연에 십시일반 모금도 진행

기부자 초청 ‘강좌·유적지답사’로 보답
일반인 참여 소폭 ↑ 인식 변화 긍정적

“기부에 동참해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수원 신풍동에 위치한 문화상회 다담. 이날 이곳에는 재즈밴드 ‘루나 힐(Lunar Hill)’의 공연을 앞두고, 재즈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 직전 행사 관계자는 관객들을 향해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름 아닌 문화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것.

행사 관계자는 “오늘의 공연은 기부와 후원을 통해 마련됐다. 여러분들께서 문화기부에 뜻을 함께 해 준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간다”며 기부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기타와 베이스, 피아노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 펼쳐져 한 시간 남짓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관객 이정섭씨는 “평소 재즈음악을 좋아해 이곳을 찾았는데, 문화기부라는 의미를 접할 수 있게 돼 더욱 뜻깊었다”며 “이런 훌륭한 공연이 더욱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은 액수지만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기문화재단 내 주차장에서는 ‘플리마켓’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이곳에 40개 부스가 마련돼 작가들이 만든 예술품과 각종 수공예품, 중고물품 등의 판매가 이뤄졌으며 경기도박물관 마리오네뜨 공연팀 등 3개 팀이 버스킹 공연을 펼치는 등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 역시 문화기부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터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문화기부의 의미를 전달하고, 참여를 유도하고자 재단에서 주최한 행사다. 이날 기부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 ‘캘리그라피’를 선물했다.

결국 하루 동안 150여 명의 시민들이 기부에 동참했으며, 이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액수만 40여만 원에 달했다.

# 문화기부, 쉽게 알린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문화이음’사업을 통해 문화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기업 후원도 중요하지만, 특히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기부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개인 기부는 기업 후원에 비해 액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하나의 기부문화를 형성하는 탄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문화기부에 대한 인식이 차츰 전환돼 소액기부가 늘어나고 정기 후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수원 ‘문화상회 다담’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릴레이 공연이 펼쳐지며, 이 자리에서 관객들에게 문화기부를 홍보하고 있다. 의정부 ‘문화살롱 공’에서도 정기 인문학 강의와 문학콘서트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문화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문화기부도 알리고 있다.

이 밖에도 동탄후마니타스 아카데미, 안산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 평촌아트홀 카페아트림 등지에서도 각종 정기 문화 행사 개최를 통해 현장 모금을 실시하고 정기 후원도 모집하고 있다.

모금전문가 Bekay Ahn 교수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일반인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기부로 이어지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문화 행사를 통해 동기부여를 심어주거나 되도록 쉬운 방법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되돌아오는 행복, 정기후원으로

자연스러운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자 경기문화재단은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담도담 쑥쑥’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신규 기부자 유치뿐 아니라, 기존 기부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실시하고 있다. 각종 인문학 행사에 기부자들을 초청해 무료 강좌에 참여하도록 하는 한편 공연 관람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처럼 기부 참여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식의 관리를 통해 문화기부 운동을 더욱 확산하고, 일시 후원에서 정기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학연구센터와 연계해 실시 중인 ‘효(孝) 문화유적지 답사’도 기부자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안성·용인·양평·남양주·파주·연천 등 경기 전역을 돌며 효와 관련된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행사로, 일반 참가자 외에 매회 15명 내외의 기부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종가문화를 방문해 음식을 만들어 보거나 제사 등 고유의 문화를 겪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10명 내외의 기부자들이 초청된다. 익명의 한 기부자는 “기부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돌려받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민망할 정도”라며 “저처럼 기부를 통해 행복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미약하지만 긍정적 움직임, 나비효과 기대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문화기부에 참여 중인 소액기부자는 2013년 84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소폭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9월 기준 170명에 이른다. 10만 원 이하의 기부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규모 면이나 액수 면에서 아직 상당 부분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증가세가 가파른 데다, 각종 캠페인을 통해 일반인들의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는 중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일회성 모금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정기후원을 목표로 문화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단번에 기부가 늘어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다만 소액기부자들이 한 명씩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희망이 엿보이고, 지금의 미약한 기부 움직임이 훗날 문화강국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