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상징이라는 대학축제가 금도를 벗어나고 있다. 지난 22일 안산의 한 대학축제에는 시신을 수백 조각으로 토막 낸 희대의 살인범 이름을 상기시키며 ‘오원춘 세트’를 버젓이 내놓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논란이 커지자 주점을 운영한 이들은 사과문을 내놓고 “경악스러운 범죄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방범’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죄수들을 혼내주는 취지의 주점을 기획했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대학측은 아예 축제를 취소시켰다.

비단 이 대학뿐만이 아니다. 축제를 맞아 대학 안에서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주점에는 유흥가 이면도로에 뿌려지는 퇴폐 마사지 호객 전단을 연상시키는 낯뜨겁고 선정적인 글들이 난무한다. 주점 입구에는 ‘술도 먹고 너도 먹고’ 같은 민망한 글들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하는 대학생들의 재치는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어떻게 이지경까지 됐는지 개탄스러울 정도다.

대학축제가 상업적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축제때 인기 가수들을 불러 공연하는 것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 돼 버렸다. 가수들의 고액 출연료 문제도 그때마다 불거졌다. 학생들 사이에 인기 가수를 섭외하지 못하면 총학생회의 능력이 부족하고 학교 명성에 비해 초청 연예인 수준이 떨어져선 안 된다는 대학간 묘한 경쟁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다보니 대학들이 인기 가수들을 초청하는 데 많게는 수억원, 적게는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책정해 학생답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대학생의 특권 중 하나는 주변의 시선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된 지금의 대학 축제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행동이 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주는지를 생각하고 대학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기간 학교주변 주민들을 초청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대학 축제를 화합의 장으로 꾸미는 학교들도 의외로 많다. 건전하면서도 젊음의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축제 문화가 되도록 대학당국과 총학생회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