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에서 24일(현지시간)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기간 순례객들이 밀집한 상황에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해 1천5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오전 메카로부터 약 5km 떨어진 미나 지역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717명이 숨지고 86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의 카메라에는 군인들과 구조대원들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사고 현장 바닥 곳곳에 쓰러진 사상자들을 옮기거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하는 장면이 잡혔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구조 작업에 의료진과 구조 대원 4천명과 구급차 220여대를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순례객들이 사고지점을 피해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들의 국적은 즉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란은 자국 순례객 43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주사우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따른 한국인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이슬람교도 수십만명이 미나에서 진행되는 성지순례 행사 중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에 참가하려던 중 일어났다고 전했다.
▲ 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인근 미나에서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기간 신도가 밀집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최소 220명이 압사했다. 사진은 이날 미나에서 수 십만 명의 무슬림 순례자들이 하지 성지순례의 마지막 의식인 '자마라트'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자마라트'란 악마를 상징하는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이다. /미나<사우디아라비아> AP=연합뉴스

이란의 하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인 사이드 오하디는 "사우디 당국이 사고 현장 인근의 2개 도로를 막아 이번 비극이 일어난 것"이라며 "사우디가 잘못 대처를 했고 순례객들 안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칼레드 알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순례객들이 당국의 규정과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다"며 책임을 순례객들에게 돌렸다.
사우디는 지난 11일 사우디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무너져 최소 107명이 사망하고 230여 명이 부상한 지 13일 만에 또 다른 참사를 겪게 됐다.

성지순례는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하는 5가지 기둥(실천영역) 중 하나로 이슬람교도는 평생 한 번은 이를 수행하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긴다.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에는 과거에도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사고가 종종 발생한 적 있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성지순례엔 사우디 국내외에서 이슬람교도 200만명 정도가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찾은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