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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시민기자
한 간암 환자에게 간을 기증하겠다는 주민들이 줄을 이었다는 미담이 이천 지역사회에 전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안민(이천주사랑교회 목사)씨가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7월. 당시 간 기증을 가장 먼저 자청한 사람은 정씨의 아내였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두 딸도 간의 크기가 작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정씨의 둘째 딸인 다혜(24)씨가 아버지에게 간을 나눠주기로 결정됐고 지난 9월 초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아버지 정씨의 투병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이 간을 기증하겠다며 줄을 이은 것이다. 기증자의 연령층도 다양해 10대부터 70대까지 무려 22명이나 됐다고 한다. 병원 측에서도 놀랄 정도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둘째 딸인 다혜씨가 꽃다운 어린 나이에 선뜻 간 절제수술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대견하지만 지역이나 주위 사람들이 이런 딸의 정성을 기특하게 여겨서인지 서로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따뜻한 이웃사랑이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지역을 훈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간을 기증받는 사람이나 기증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나 인간미 풋풋한 미담들 뿐이다.

모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딸 다혜씨는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를 했을 뿐이에요.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누군가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결정을 했을 거예요”라고 했다. 그간의 사정을 듣고 선뜻 간 기증에 자원한 A씨도 “평소 사랑하는 사람이 장기를 필요로 한다면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며 부녀의 건강을 기원했다.

수술을 받은 아버지 정씨도 “각박한 요즘세상에서 사랑이 식어간다고들 하는데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아직은 많다. 나는 사랑에 빚진 자”라며 “이웃사랑에 꼭 보답코자 노력하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빠가 건강해지면 배드민턴을 치고 싶다는 다혜씨와 아직은 지역에서 할 일이 많은 분이라며 선뜻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지역주민들이나 명징한 이 가을 하늘 아래 사람살이가 어때야 하는지를 전해주고 있다.

/김희정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