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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작고한 한국예술가 통해
한국 알게 된 무조건적 한국팬
86세 여인 ‘일본 행위예술가’
아리랑의 감미로운 선율에 맞춰
기모노 차림으로 추모공연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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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하모니카가 우리 아리랑의 선율을 감미롭게 구슬프게 연주한다. 이에 맞춰 기모노로 성장한 여인이 온몸으로 존경하는 한국 예술가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춤사위를 펼친다. 오야마 토키코가 하모니카 선율에 따라 펼치는 행위예술에 장내 50여명의 청중은 숨을 죽였다.

86세의 노 행위예술가 오야마 토키코씨는 도쿄에서 백남준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일본 예술계에서 인정 받는 예술가라고 한다. 일정한 높이의 대나무로 꼬부랑 길을 카페트 위에 연출한 설치예술이 독특했고, 그 길 사이를 춤추며 가는 86세의 노 행위예술가. 그녀는 최근에 센다이에서 12년전에 작고한 한국인 예술가 김대환을 추도하는 공연을 열었다. 토키코씨의 김대환 추모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이다. 김대환의 예술을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된 그녀는 무조건적인 한국팬이 되었단다.

김치를 비롯한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한글에 대한 관심도 대단해서 간단한 인사정도는 쉽게 하는 편이다. 내가 그녀를 알게된 것은 지난 9월 센다이 일한시민교류네트가 주최한 재일동포 강연회에서다 . 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아와서는 한국인 예술가 김대환을 추도하는 공연회가 있으니 꼭 참석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생면부지의 일본인이었으므로 그냥 얼버무려 대답했었다. 며칠 후 총영사관으로 초청장이 왔다. 공관대표 전화로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한국 예술가 추모공연에 총영사가 참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참석했다. 일본전통악기 무형예술보유자, 샤미센 주자 등 수준높은 일본 예술가 5명의 공연이 있었다. 이날의 추도 공연을 보기 위해 도쿄, 오사카 등 타지에서 온 관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중에는 전설적인 레슬링 선수 역도산의 부인도 있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김대환이라는 분은 쌀알에 반야심경 265자를 새겨 기네스 북에 올랐을 뿐 만 아니라 센다이, 도쿄 등 일본에도 수차 방문하여 문화교류를 해왔으며 일본에 폭넓은 팬 층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12년전에 작고한 한국인 예술가를 추모하기 위한 공연이 센다이에서 개최되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한국 예술가의 추도 공연에 한국사람이라고는 필자와 재일동포 2명 뿐이었고 모두 일본인이라는 사실도 각별한 인상을 받으면서도 복잡한 상념에 빠졌다. 12년전 작고한 예술가를 기리는 추도 모임이 일본 센다이에서 개최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왜 이렇게 일본인들은 다양하고 천차만별일까.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해였지만 유난히 한일관계가 냉랭했고, 11월 초의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듯 말듯하여 가슴을 졸이고 있던 즈음에 열린 공연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우정을 그 사람의 사후에도 지켜나가는 일본인들의 성실함은 정말 부럽고 놀랍다. 이렇게 시간과 국경을 초월해서 우정을 지켜나가는 일본인은 바로 내곁에 있고, 역사인식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일본지도자는 저 멀리 있다. 나는 가까이 있는 일본인의 미덕을 높이 사고 싶고 그런 일본인이 더 많다고 믿고 싶다. 아니 우리가 그런 일본인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서로가 좋은 상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김대환님과 오야마 토키코씨의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우정이야말로 요즈음의 한일 시민들이 롤모델로 삼고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향후 50년에는 김대환, 오야마 토키코와 같은 우정의 물결이 널리 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야마 토키코씨는 김대환님이 센다이에서 제작해 자신에게 선물한 ‘아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센다이 한국총영사관에 기증하기를 원했다. 그 아름다운 우정을 기념해서 지난 11월말 센다이 한국총영사관에서 김대환 작품 기증을 기념해 한일교류의 장을 마련했었다.

/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