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한도 피해가는 것이야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닙니까.”

중견기업 H사 임원인 오모(56)씨는 지난주말 납품업체 간부 3명과 함께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접대골프'를 쳤다. 그린피와 카트사용료, 봉사료 등으로 오씨가 이날 지출한 돈은 총 120여만원. 그는 이 중 49만원을 법인카드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현금을 냈다. 법인카드는 공식적인 접대비로 사용된 것이고 현금은 회사에서 마련한 '접대자금'을 사용한 것이다. 오씨는 “사실 기업에서 접대비 정도의 현금을 편법으로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라며 “골프장측도 현금 지불을 은근히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접대장소인 골프장이 이처럼 접대비 제한조치 이후 각종 편법과 탈세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들은 50만원이 한도인 접대비 제한을 피해가기 위해 불법적인 현금을 동원하거나 여러장의 법인카드로 접대비 한도를 피해가는 등 각종 편법을 짜내고 있으며, 이같은 편법은 고스란히 탈세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벤처기업 간부는 “규모화 된 기업의 경우 허위영수증 등으로 현금을 빼돌리고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해 이를 되파는 등의 수법으로 접대 골프비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법인줄은 알지만 비용처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아예 접대비를 임원들의 급여로 돌려 '갑근세'만 내고 마음껏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는 편법마저 등장시키고 있다.

골프장은 골프장대로 룸살롱 접대가 대거 골프접대로 전환되고 현금결제까지 늘어나 재미를 톡톡히 보는 상황에서도 그린피를 올리고 부킹시 각종 조건을 내거는 등 횡포를 일삼으며 기업들의 편법적인 접대비 지출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같은 편법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여러장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시간차를 두고 결제하는 등의 편법에 대해 전산망을 통해 적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기업들의 '접대용 현금' 조성 등에 대해서는 대응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해 일선 세무서에서는 사실상 편법 골프접대비 조사는 손조차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중부국세청 관계자는 “기업들의 음성적인 자금을 원천적으로 막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편법들이 드러나는 대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