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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하나가
창틀에 터억
걸터앉는다

잠시

나의 집이
휘청―한다

강은교(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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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랑은 대상과 관계 맺으면서 그 내면으로 진입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사랑이 된 대상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하며, 어둠을 투과하며 오직 하나의 빛으로 발광한다. 예컨대 사랑은 빗방울로 젖어 오는 몸짓으로 대상에게 내리고, 녹아내려서 뿌리까지 적셔준다. 사랑으로 기뻐하고 아파하며 '성장과 진통'이라는 동의소 안에 머문다. "빗방울 하나"의 풍경 속에 스며있는 '극소의 존재'를 통해 외부로 향해 있었던 시선이 내부로 돌아온다. 이러한 사랑은 "나의 집이/휘청―한다"와 같이 마음과, 자연과, 우주를 담고 있다. 이것은 관습화된 것에 대한 사상과 구조를 파괴하고, 작은 것으로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묘사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성이라는 언어의 "창틀에 터억/걸터" 앉아 감각적 실존을 응시하게 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