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천양희(1942~)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자신의 몸을 세계에 던져 살고 있는 실존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락으로 실추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 몸짓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날아가는 '벌새'는 살아 있는, 이 시대의 표상일 수밖에 없다. 벌새가 날개를 접는 순간 공중에서 내려와야 하듯이, 우리도 '나'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사회적 구조에서 멀어지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타자로부터 검증 받으며 세계로 나아가는 것으로써 타자로부터 분리된다는 것은, 더 이상 사회적 존재로서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당신은 삶의 바다에서 제 목소리를 가지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내는 '파도'를 보면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쳐서 더 많이 더 높게 올라가야 하는, 오늘이라는 이 하루가 하염없이 길고도 슬프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