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지난 제19대 총선에서 '컷오프'가 결정된 게 바로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인 2012년 3월11일이었다. 사전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가장 높았지만 고배를 마셨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날도 3월13일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무더기로 탈락하며 당시 평의원이던 박 대통령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을 남겼다.
김 대표가 2013년 7월 전당대회에서 권력을 내려놓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도 자신의 이러한 개인적 경험과 무관치 않다.
그런 김 대표가 4·13 총선 국면에서 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날 돌연 김 대표 지역의 경선 포함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미 최고위 합의까지 거친 사안을 이 위원장이 무위로 돌리자 친박계의 '찍어내기'가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마침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의 '솎아내기' 막말 파문이 겹치며 이런 우려를 더욱 부추겼다.
불리한 형국에서 김 대표는 일단 침묵으로 맞서고 있다. 단순한 묵언 시위 같지만 속절 없이 물러났던 지난 두 번의 총선과 달리 이번에는 당 대표라는 무게감이 더해져 팽팽한 대치 상태다.
우선·단수추천제를 활용해 사실상 전략공천을 거침 없이 밀고 가려는 이 위원장과 친박 주류에 대한 저항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공천을 결정할 자료가 충족된 지역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이 이유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일부 세력이 자기 입맛대로 장난을 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공관위 심사 보이콧을 선언하며 공동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김 대표 지역의 경선 확정은 물론 현재 보류 중인 단수신청 지역과 심사 결과가 나온 지역에 대한 조속한 발표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살생부에 올랐던 비박계와 일부 고령·다선 친박계의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우군으로 삼아 공관위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보류 중인 지역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면 적절한 수준에서 윤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여 막말 파문과 살생부 파동을 덮어 내전을 진정시킨다는 수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관위의 계속된 파행으로 내전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총선 판도에 치명적일 수 있어 사태를 더 끌고 가는 것은 친박계로서도 부담이다.
김 대표의 말대로 공천 결과에 대표 직인을 찍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면 양 계파 모두 공멸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