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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원 수원시영통구선관委 부위원장·치과의사
지난해 사우디에서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이 참정권을 얻어 지방의원 선거 투표권을 행사했다. 여성 운전이 금지되고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 혼자 외출도 금지된 국가에서 놀라운 일이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은 1830년대 소수에게만 허용된 선거권이 1918년 모든 성인 남성과 31세 이상 여성에게, 1928년 모든 성인 여성에게 부여되면서 보통선거권이 확립됐다.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도 1870년 노예에게 부여했던 선거권을 여성에게는 1920년에 부여했다. 혁명으로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역사를 갖고있는 프랑스는 1848년 모든 성인 남성에게 선거권을 줬으나 여성이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거의 백년 뒤인 1944년이었다. 놀랍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선진 민주국가들의 선거권이 부여된 역사를 보면 계층별·성별 차별이 심했다. 남성이 선거권을 얻은 후에도 농민, 노동자, 노예, 여성 등 소외 계층의 선거참여는 배제됐던 것이다. 소외된 이들은 선거권을 얻기 위해 격렬하면서도 처절한 투쟁을 했다. 영국에서는 한 여성이 경마 대회에서 국왕 소유의 말이 결승점에 들어오는 순간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고 외치면서 달리는 경주마를 향해 온몸을 던졌는가 하면 유명 정치인의 집을 불태우는 사건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했고 쇠사슬 시위와 단식 투쟁까지 목숨 건 투쟁을 했다. 민주주의 전통이 일찍 확립된 국가들도 지금의 선거권은 피 흘린 투쟁의 대가였던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다. 광복을 맞으면서 1948년 남녀 모두 선거권을 얻었다. 선거권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없었다. 서구에서 오랜 기간 투쟁해 얻은 보물 같은 선거권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쉽게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선거권에 대한 마음가짐이 투쟁의 역사를 겪은 그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인된 권리' 또는 국가 정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권리'라는 인식이 더욱 필요하다. 광복과 함께 들어온 선거 제도는 해가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외국에서 살고 있거나 업무로 인한 해외파견 또는 여행 중에 있는 국민들이 외국에서 투표할 수 있는 '재외선거', 원양어선이나 외항여객선 등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있는 사람들이 선박에서 투표할 수 있는 '선상투표', 선거일에 다른 일정이 있어 투표소에 갈 수 없을 때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 등 유권자가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리한 제도들이 갖춰져 있다. 후보자의 얼굴과 경력 및 비전을 알 수 있는 선거 벽보, 후보자의 재산·병역·전과·학력 등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려 있는 선거 공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현장, 그리고 선관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들도 충분히 접할 수 있다.

남은 건 유권자의 마음가짐이다. 선거권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는 없었지만 선거권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선거를 통해 우리 손으로 뽑은 대표자는 나라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이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가 낸 세금을 어떻게 쓸지도 결정한다. 정부가 우리의 삶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하는지도 살펴본다. 실로 우리 모두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오는 4월 13일 뽑아야 한다. 성심을 다해 사심없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소중한 선거권, 가치있게 활용하자.

/진용원 수원시영통구선관委 부위원장·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