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김창범 수원시 복지여성국장
생활고로 인한 전 가족 동반자살 사건 보도를 비롯해 아동학대 사망 사건 등 최근 행복의 기초가 되는 가정이 뿌리째 흔들리는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연일 들려오고 있다. 복지비로 불리는 보건·복지·고용에 관련된 예산이 정부예산 지출규모의 31.7%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좀처럼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이웃을 돌보고 살피며 공적지원과 민간자원을 연계, 지역 내 복지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지역단위 공동체 복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 복지허브화'도 접근성이 높은 동주민센터를 행정복지센터로 개편해 주민 밀착형 통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내 민·관 협력으로 공공복지를 보완·강화하려는데 궁극적 목적을 두고 있다.

수원시는 2012년 경기도에서 선도적으로 동 단위 민·관 복지협력체인 동주민복지협의체를 구성했다. 지역복지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회복지 종사자, 봉사단체원, 지역통장, 교육·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모여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스스로 찾아내고, 지원할 자원을 개발해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관내 병·의원 및 약국과 협약해 취약계층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가 하면 마을상가 등에서 잉여식품을 모아 저소득가정에 나누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원들의 활동만으로 지역주민의 복지수요를 충당하기는 턱 없이 부족하다.

어린이집 이용가정들이 참여하고 있는 육아공동체도, 학교·학부모 모임도, 어르신들이 모이는 경로당과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도 마을복지공동체가 될 수 있다. 동주민센터가 동네 주민들의 마실 장소가 될 수 있고, 그 마실 장소에서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구할 수 있다.

공동체 복지의 핵심은 관심과 애정이다. 우리 마을에 애정을 갖고 이웃을 살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의 공동체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

유대인의 전통적인 육아법은 민족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들은 아이를 이웃주민들로 구성된 공동체 안에서 키우고자 애쓰며 불우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물건을 내어 주는 것부터 가르친다. 그들에게 자선은 의무와 같다. 어린아이의 용돈부터 노년층의 공적연금까지 본인의 소득 중 일부는 당연히 기부하고 자선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해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그들은 공동체내에서 낙오되는 이가 없도록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채운다고 한다. 우리지역에서도 이러한 나눔·공동체 문화가 확산된다면 어떨까.

이제 행정은 지역주민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고 있다. 수원시의 동주민복지협의체와 같은 읍·면·동 단위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전국에 구성하도록 법률로 의무화하고, 지역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복지력과 자치력을 존중하며 유연하게 소통하고자 한다. 또한 '동 복지허브화'를 통해 주민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로 복지 체감도를 높이고, 읍면동 현장행정이 강화된 복지전달체계의 변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내 지역을 아끼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로 행정이 내민 손을 맞잡아 주길 기다리고 있다.

복지예산을 줄이겠다는 것도, 민간에게 복지의 책임을 넘기겠다는 것도 아니다. '예산'만이 중심이 된 수혜적 복지가 아닌 '관계'중심의 공동체 복지로 변화하고자 함이고, 선심성·즉흥적 복지정책이 아닌 지역에서부터 차곡차곡 합의된 복지계획이 복지행정을 이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원시 또한 이러한 정부정책을 기반으로 민·관협력을 통한 복지공동체, '따뜻한 복지도시 수원'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김창범 수원시 복지여성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