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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학도의용군 6·25 참전
금융위기때 한국에 대한 지원 등
민단의 눈물 겨운 '모국 사랑'
최근엔 60대들 日학생들에 섞여
한국어 배우는 모습을 보고
애국심이 남다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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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60대 후반의 한 재일본대한민국 민단 단장은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삼일절 인사말을 열심히 읽고 있다. 무엇이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학교에서 교육받고 일본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삶을 영위해 온 60대 후반의 노인으로 하여금 이렇게 노력하게 만드는 것일까?

지난 2013년 3월 일본 미야기현 민단지방본부 단장이 된 전병준씨는 올 3월까지 만 4년동안 본인의 직업인 파친코 기계회사의 사장을 하면서 민단을 이끌어왔다. 처음 단장이 됐을때 그가 할 수 있던 한국어는 어렸을 적 들었던 부모의 경상도 사투리 몇마디 뿐이었다. 미야기현에는 4천여명의 한국인, 즉 재일동포와 한국인 유학생이 있다. 전 단장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존재였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에게 한국인들의 존재는 매우 서먹하고, 같은 한국인 보다는 외국인이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말이 통하지 않았고 사회생활이란 부분에서 서로 달라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교육을 받고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식으로 교육받고 새로운 일터를 찾아 일본으로 온 사람들은 같은 한국 국적자이지만 말이 달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편안하게 어울리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데에는 일제 강점기란 역사적으로 아픈 사실에 기인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는 고령화 및 일본국적으로의 귀화 등으로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한국에서 새롭게 일본으로 이주하는 우리 국민들은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이들은 모두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 국민이다. 우리말을 못하는 우리 국민이란 것이 좀 이상하지만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에서 벗어나고자 민단 중앙 차원에서도 47대 도도부현(都道府縣, 광역지자체)에 있는 모든 민단 단원들이 가급적 한국어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

민단 중앙본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차세대 민족교육 및 한국어 교육이다. 민단은 재일한국인 사회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일본 전국 규모의 단체며 7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전이며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에 설립 된 민단은 설립 이후부터 모든 단원이 똘똘 뭉쳐 애국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한국에서 히트했던 영화 '국제시장'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급료를 담보로 독일 정부로부터 차관을 받아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정도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조국에 대한 기여도를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더욱 눈물겨운 해외동포로부터의 지원은 6·25 당시 참전 재일동포 학도 의용군,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지역과 공관·관저 기부, 88올림픽 성금 120억엔(1억엔=약 10억원), 금융 위기시 한국에 대한 지원 등 민단의 모국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이다.

필자가 느끼는 최근 재일동포들의 모국 사랑은 바로 60대에 한국어 배우기가 아닌가 한다. 60대 남녀 재일동포들은 200여명의 일본인 학생 속에 섞여서 한국어 초·중·고급, 한국요리, 태권도 등을 배우고 있다.

정부나 민단 중앙, 각 지방 민단은 가급적 한국에서 새롭게 일본으로 온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한 지침을 정하고 있고 이런 지침에 따라 전 단장처럼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인 처, 중소기업을 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민단행사와 상공회의소 행사에 초청해 의견 교환, 우호교류 등을 하고 있다. 물론 도쿄, 오사카와 같은 큰 도시는 한국에서 온 한국인들이 자체적으로 한인회를 구성해 친목을 도모하고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런 한인회들은 의례적으로 1년에 한 두번 각 지역의 민단행사에 참여해 주는 정도다. 이런 대도시 상황과는 달리 전 단장이 이끌어 온 미야기현 민단은 한국에서 새롭게 와 정착한 이들과의 교류에 특별한 정성을 기울인 결과, 미야기현의 대부분 한국인들은 민단 조직원의 일원으로 상호간에 이해를 넓혀가며 따뜻한 교류 속에 일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