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든 노숙자의 경기도 유입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도내 노숙자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노숙의 메카'로 여겨져온 서울역·영등포역 등지를 떠나 최근 경기도로 거취를 옮기는 노숙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도내 지원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도에 매년 배정하는 노숙자지원예산마저 내년 일부 삭감할 예정이다.

◇거리노숙자 8월 비해 3.7배 증가=도에 따르면, 23일 현재 노숙자 지원시설인 '쉼터'에 입소해 있는 노숙자는 약 192명. 또 지난 2일 현재 거리 노숙자는 66(23일현재 100여명 추정)명으로 총 260명 가량의 노숙자가 도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8월 거리노숙인 18명, 쉼터 입소 노숙자 171명에서 각각 3.7배와 1.12배 늘어난 수치이다. '생존'의 문제와 직면해있는 거리노숙자의 경우 지난 2003년 140명에서 올해 4월 42명, 8월 18명 등으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 겨울 들어서며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불황이 장기화되고 노숙자 수도 점점 늘면서 이미 지난 8월부터는 서울에 있다가 더 나은 '생존 여건'을 찾아 경기도로 옮기는 노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도가 쉼터입소 노숙자 171명을 대상으로 이전 거취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60명으로 경기 출신 87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서울에서 유입된 노숙자 비율이 겨울들어 이미 경기 연고자 비율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지역의 무료 급식이 점점 줄고 지원시설마저 축소 경향을 보임에 따라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 관련예산 오히려 줄여=경기지역 노숙자수가 이처럼 늘고 있지만 정부는 도에 대한 노숙자지원예산을 올해 5억6천735만여원에서 내년엔 5억57만여원으로 오히려 삭감했다. 도는 이에 따라 특별도비 2억3천300만원을 충당, 내년 노숙자 지원 사업을 운영해간다는 계획이다.
 
노숙자지원예산은 국비 70%, 지방비 30% 비율로 조성되며 올해 총 예산규모는 8억1천만원이다. 도 관계자는 “사업 내역을 감안할 때 내년 노숙자지원예산은 올해의 88.23% 수준에 그친다”며 “정부 방침은 담뱃값 올려서 생기는 수익으로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식인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05년부터 사회복지 관련 예산의 편성·운영 권한이 시·군등 지자체로 이양된다”며 “예산 규모는 기획예산처에서 잡고 배정은 행정자치부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도내 쉼터시설은 이미 포화상태=현재 도내엔 수원시에 '해뜨는집' 등 5곳, 성남시에 '내일을여는집' 등 3곳, 안양시 '희망사랑방' 등 총 9곳의 노숙인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시설의 총 수용 정원은 단 200명. 23일 현재 노숙자 192명이 입소해 있고 거리노숙자가 100명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상태이다.
 
도 관계자는 “단체 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는 노숙자들이 많아 입소 및 퇴소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라며 “아직은 그럭저럭 수급을 맞추고 있지만 현저하게 인원이 초과될 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숙자와 부랑인의 '동거' 문제없나=도는 입소 희망 노숙자가 '현저히' 수용정원을 초과할 경우, 도내 부랑인 복지시설로 대체 입소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도내엔 3곳의 부랑인 수용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달 현재 1천197명 정원에 730명 가량이 수용돼있다.
 
문제는 '재활의지'를 가진 일반 노숙자와 정신질환자 등이 소수 포함된 부랑인그룹이 한지붕에 모여 살 경우 각종 사고 발생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점.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한 시설내에서도 다른 동으로 분리해 수용하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단체생활을 꺼려 쉼터 입소조차 거부하는 노숙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부랑인 시설로의 대체 입소는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수원역 대합실에서 기거하고 있는 한 노숙자(47)는 “다른 노숙자들의 발냄새, 술냄새가 싫어 역 바로 앞에 시가 운영하는 무료 여인숙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