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거주경험 살려 늦깎이 영어공부
5명 손주둔 할머니지만 10년간 실력 쌓아
인도선수에 콜비받은 택시찾아 되돌려줘
고마움 표시에 '뿌듯'… 내년엔 배낭여행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에어로빅체조 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한 숨은 일꾼은 284명의 자원봉사자다.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끈 자원봉사자는 5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이자 이번 대회 영어 통역요원으로 활약한 유정재(61) 씨다. 그는 늦깎이 공부로 지난 10년간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세계에어로빅체조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을 도왔다.
유정재 씨는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인천에서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인천에서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통역 자원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3년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에서도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인도와 태국 선수단을 맡아 선수들의 숙소이동, 여가활동 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통역을 지원했다.
유정재씨는 "인천에서는 택시 콜비를 받지 않는데, 인도 선수들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택시기사가 콜비를 따로 받았다고 했다"며 "택시 콜센터에 연락해 해당 기사에게 콜비를 돌려받아 선수들에게 준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도 선수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표시했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가정주부인 유정재씨는 10년 전부터 주민자치센터와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마련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배웠다. 유정재씨는 "90년대 초반 남편 사업 때문에 5년간 아프리카에 살면서 조금씩 영어를 접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차츰 잊어버렸다"며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유 씨는 아프리카에서 산 경험으로 미국 본토 발음보다 아프리카나 인도 등 다른 국가의 독특한 발음을 더 잘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는 "본토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게 다양한 국가 선수들이 모이는 국제행사에서는 오히려 강점"이라고 했다.
유정재씨의 가장 큰 목표는 영어권 국가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영어교실 강사로부터 가이드 등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내년쯤 친구들과 싱가포르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