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전체 88%인 3943억 '삭감'
반영안된 누리과정예산 편성 목적

교육청 "괘씸죄 성격… 인정 못해
학생안전 직결사업 미룰 수 없어"


경기도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 중인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도교육청 추경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반영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이를 편성하기 위한 도의회의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위한 것이라면 절대 도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 예산조정 소위원회는 지난 14일 도교육청의 추경 예산 4천474억원 중 인건비 12억원과 안전체험시설 관련 예산 52억원 등을 제외한 3천943억원을 삭감키로 결정했다. 교육청이 편성한 금액 88%를 삭감한 것으로, 예결위가 교육청의 추경 편성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앞서 지난 13일 예비 심의를 진행한 교육위에서도 2천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제출된 예산 대부분이 도의회에서 삭감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예결위 예산조정 소위원회가 이처럼 대규모 삭감을 결정한 것은 도교육청이 이번 추경안에 편성한 예산 상당 부분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11월과 12월 두 달 안에 집행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도교육청은 교육위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석면 텍스 교체·LED 조명 설치 등의 예산을 올해 안에 모두 집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간 교육재정이 부족해 학교 시설 환경 개선에 투자를 못했다. 조금이라도 편성을 해놓고 최대한 써야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려운 예산은 수천억원씩 편성하면서도 정작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반영은 거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대규모 삭감'의 한 요인이 됐다. 예결위 조광명(화성4) 더민주 간사는 "정부가 추경을 하도록 재원을 내려보낸 것 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취지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결위는 17일 도교육청 추경안을 최종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조정 소위원회의 대규모 삭감안이 확정되면, 삭감된 예산 3천943억원은 내부유보금으로 묶여 오는 12월 마무리 추경 혹은 내년 본예산 심의를 통해 도교육청이 거부해온 어린이집 누리과정 등에 투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도교육청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누리과정 미반영에 대한 '괘씸죄' 성격의 삭감이 이뤄지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단순히 예산이 올해 다 쓰이지 못할 것 같아 유보금 명목으로 내년에 쓸 돈을 확보해두는 차원이 아닌,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고려해 삭감하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에 삭감되는 석면 제거 등은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것으로 미룰 수 없는 사업"이라고 반발했다.

/강기정·조윤영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