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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1960~)

깨끗하게 헤어지는 법을 배워야겠네
여름 내내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꼭 붙어 지낸 나뭇가지와 잎사귀
바람 부는 날 서둘러 헤어지는구나
뒷모습을 오래 보았지 뒤돌아보지 않고
인파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그대
쓸쓸한 등이 눈에 밟히고
잘 지내요 힘없는 그 말 귓가에 맴도는데
이 거리를 혼자 걸을 수밖에 없다
그대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하는
겨울이 온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이
이승하(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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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정면에서 보이는 강한 생명력도 그 뒤를 보여 줄 때, 빛이 바래고 어두워 보인다. 낙엽 물드는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절정에 이른 '가을의 뒷모습' 속에서 생명에의 근원적 외로움을 발견한다. 또한 거기서 '깨끗하게 헤어지는 법'을 찾아 "여름 내내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꼭 붙어 지낸 나뭇가지와 잎사귀"에서 '서둘러 헤어지는' 이별을 배운다. '뒤돌아보지 않고' 순식간에 나무에서 하강하는 낙엽을 보면, 어느 날 "인파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그대" 가슴 아픈 사랑과 같이 아직도 "쓸쓸한 등이 눈에 밟히고" 있지 않은가. "잘 지내요" 말하고 떠나버린 '그대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하는 10월의 마지막 거리에 서면 지나온 빛바랜 시간이 굴러다니다가 앙상한 얼굴로 마주치기도 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