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지역 이유 폭력·강력범죄 주무대로 등장 잇따라
지역민 반대 연쇄살인사건 케이블드라마 '촬영 무산'
주민 동의없이 몰래찍기… 주차·쓰레기 투기 갈등도


"오래된 동네라고 해서 꼭 범죄자가 사는 동네로 그려져야 하나요?"

임창정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 촬영이 있던 한 달여 전 인천 동구 송림동의 한 재개발구역. 이곳 주민 A(66·여)씨는 살고 있던 집 인근에서 불쾌한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주인공이 허름한 집 한 채를 불태우는 장면을 찍고 있던 것이었다.

A씨는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몰라도 주민들에 대한 사전 동의 없이 우리 동네가 우범지대로 나오게 되는 게 유쾌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재개발지역이라 허름하고 빈집이 많아 가뜩이나 위험한데 동네 이미지를 나쁘게 표현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삼인조 강도가 인질극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케이블 드라마 '보이스' 역시 인천 동구 지역에서 촬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인천시와 동구에 "비록 인천 동구가 지금 침체기이지만 노인분들과 옛 동네 분들이 살며 정답게 옛 정서로 사는 곳"이라며 "단순히 외관이 옛날 동네라는 점만으로 함부로 취급하거나 우범지대로 표현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촬영을 반대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시는 동구에 촬영 금지 공문을 보냈다.

서울로부터 거리가 가까운 데다가 낙후한 건물이 몰린 재개발 지역이 많다 보니 인천이 각종 드라마·영화등에서 '우범지대'로 비치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드라마 도깨비 등 인천이 각종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부쩍 등장하면서 '홍보'가 되고 있지만, 이면에는 주민 동의도 없이 낙후한 동네를 우범지대로 낙인 찍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제작진들은 주로 노인 등 취약계층이 사는 동네를 촬영하면서 사전 협조도 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촬영장 주차문제나 쓰레기 투기 등 문제로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있다.

쪽방촌 촬영이 많이 진행되는 부평구 십정1동의 한 주민 B(52·여)씨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사는 곳에서 일을 했으면 감사 표시라도 하면 좋은데 사전 협의도 없이 차량으로 길을 가로막고,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쓰레기를 마구버려 힘든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동구의 경우 주민들이 사전에 정보를 알고 반대를 해서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통보했으나 다른 경우 제작사들이 함부로 와서 촬영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 각종 민원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