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전세버스 차고지 10곳 중 8곳이 사용되지 않는 '위장 차고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상으로 차고지를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시내 곳곳에 불법 주차를 하고 있다는 의혹(2월 23일자 23면 보도)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인천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하고서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용 권고 조치만 취하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인천지역 72곳의 전세버스 차고지를 조사한 결과, 강화군에 위치한 전세버스 차고지 44곳 중 38곳이 이용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도심 지역에 있는 전세버스 차고지는 28곳 가운데 사용되지 않는 곳은 7곳이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전세버스 업체는 등록된 차량 한 대당 36㎡ 이상 면적의 차고지를 갖춰야 한다. 이를테면 40대의 전세버스를 소유한 업체는 1천440㎡ 이상의 차고지를 만들어 관할 지자체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차고지는 업체등록지 기준으로 광역 지자체 내에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땅값이 저렴한 강화에 차고지를 두기 시작했고, 전세버스 운전자들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택가에 밤샘 주차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가에 무단주차를 하다가 적발된 전세버스는 500대에 달한다.

이러한 사정에도 인천시는 차고지 바닥 포장 등이 미흡한 9개 업체에 대해서만 개선 명령을 내렸다. 차고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법에서는 버스 등 대형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차고지를 벗어나 골목이나 도로에 '밤샘 주차'를 할 경우에만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뿐, 차고지 이용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관계자는 "전세버스는 관광지나 계약을 맺은 업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업체에 차고지를 도심 지역으로 옮기기를 권유하고, 주택가 '밤샘 주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버스 '밤샘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해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천시의회 이한구 의원은 "비싼 돈을 주고 도심에 전세버스 차고지를 만들어 놓은 업체들과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규정"이라며 "인천시가 국회나 중앙정부에 건의를 통해 관련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